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30일, 국내 최초로 임신한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32)씨·김세연(35)씨가 딸 ‘라니’(태명)를 출산했다고 알렸다.
이날 새벽 4시30분쯤, 부부의 딸 라니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10여분 뒤 규진씨는 자신의 SNS에 “오출완, 오늘 출산 완료라는 뜻”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엄지를 들어 올린 사진을 게재했다.
아내 세진씨가 일하는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 출산까지 무사히 마친 규진씨는 “아내가 탯줄도 자르고 보호자가 하는 거 다 했다. 만나는 모든 (병원) 스태프가 아내가 내 보호자인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관계란에 꼬박꼬박 ‘배우자’라고 적어줬다”고 말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앞당겨져 태어난 ‘라니’는 동양란 서양란이 반반 섞인 대형 난초가 등장한 태몽에서 따온 태명이라고 한다.
앞서 두 사람은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한국에서도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서울 종로구청은 이를 불수리했다.
이후 규진씨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엄마가 둘인 가족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아 라니의 출생신고서엔 규진씨 이름만 올리게 됐다.
딸 라니를 본 세진씨가 “자기랑 너무 닮았다”고 하자, 규진씨는 “백인 기증자 정자가 섞였으니까 뚜렷한 모습일 줄 알았는데, 그냥 내 눈과 내 코였다”고 신기해했다.
출산 소식을 알린 규진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딸에게 엄마가 2명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가족이 있다고 설명해주고 싶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너를 원해서 너를 낳기로 결정했고, 친절한 남성분이 헌혈하는 것처럼 도움을 줬지만 아빠가 있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할 거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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