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을 인정할 수 없다. 폐원 결정과 진행 과정에서 불법이 발생한 만큼 진료 종료와 폐원 결정은 무효다.”(서울백병원 교직원들)
“서울백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어떤 대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폐원은 불가피한 선택이다.”(인제학원)
82년 역사의 서울백병원이 31일 모든 진료를 종료하고 문을 닫지만, 폐원을 반대하는 교직원들의 반발이 여전해 교직원과 재단 간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인제대 교수평의회 등 서울백병원 교직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백병원 진료가 종료돼 참담하다”면서 “진료 종료와 폐원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에 규정된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통보해 여전히 폐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사회의 폐원 결정 과정에 법적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고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이사회 폐원 의결은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 등에 관한 사립학교법 제28조’를 위반하고, ‘사립학교법 제26조 2’와 ‘법인 정관 제13조’에 의해 설치한 대학평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교직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 폐원 의결은 무효이며 그 효력은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백병원은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기본재산이며 서울백병원을 폐원하는 것은 재산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에 해당해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서울백병원은 의료요원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면서 폐원은 인제대의 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대학평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일방적인 진료 종료 통보를 받았고, 직원들의 동의 없이 강제 전보 발령을 냈다며 전보 발령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인 300명 가량(출산휴가 등 휴직자 포함)도 지난 29일자로 모두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병원과 다른 병원으로 발령이 났다.
이들은 “지난달 7일에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는 아무런 상의 없이 8월31일까지 6주 안에 진료를 종료하라고 통보했고 진료 종료일을 하루 앞둔 30일까지도 마지막 진료를 받지 못해 진료 의뢰서를 받지 못한 환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면서 “법인은 지난 29일자로 전보 발령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직원들까지 강제 전보 발령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에서는 수도권 지역 전보자는 내달 1일 8시30분까지, 부산 지역 전보자는 4일 8시30분까지 각 병원에 소집하도록 압박하고 있고, 소집에 응하지 않을 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법인에서 제안한 근무 지역과 근무 여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많은 직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인제학원은 그러나 서울백병원의 의료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 폐원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병원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함에 따른 상주인구 희박, 대형병원의 출현, 최근 20년 간 누적된 적자(1745억 원) 등으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제학원은 “어떠한 형태로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 컨설팅을 받았고, 종합병원 유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요양거주시설 전환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논의했지만, 어떠한 대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재단과 병원 측은 모든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방침을 바탕으로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직원의 40% 정도(약 100명)는 인근 상계 백병원이나 일산 백병원으로, 나머지 60%가량(약 150명)은 부산 지역(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발령이 났다”면서 “노조의 요구에 따라 수도권으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발령을 내기 위해 각 병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이라면서 “내달 중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결정이 될 예정”이라고 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학교법인 소유 백병원이 4곳 더 있지만, 경영상황과 환경 등으로 인해 수도권 내 백병원에 직원들을 모두 발령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수도권·부산 지역 전보자들에게 소집일(수도권 1일·부산 4·8일)을 공지한 것은 “전보자들을 압박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병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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