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일주일 된 딸을 텃밭에 암매장해 살해한 친모가 당시 11세였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44)의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A 씨에게 “아동학대 혐의와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은 ‘아들이 갓 태어난 아이의 매장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며 “법정에서는 모두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 씨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이나 배심원 재판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에 따르면 A 씨는 딸을 암매장한 뒤 위에 덮은 흙을 단단하게 하려고 직접 발로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딸을 출산한 뒤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입양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2016년 8월 중순 경기 김포시 소재 텃밭에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 생후 일주일가량 된 딸 B 양을 암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같은 달 인천 미추홀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B 양을 낳은 뒤 의붓아버지 소유 텃밭에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당시 11세인 맏아들 C 군을 데리고 텃밭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C 군이 보는 앞에서 B 양을 암매장해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 씨의 범행은 미추홀구가 출생 미신고 아동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미추홀구는 출생 신고가 안 된 B 양의 행방을 확인하다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씨는 지난달 5일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같은 달 A 씨가 암매장했다고 지목한 텃밭에서 B 양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 사건 발생 7년 만이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양을 낳을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으며 이후 이혼하고 C 군을 혼자서 키웠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딸을 양육하기 어려웠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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