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신대학교가 신입생 감소로 인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대학 간판인 의과대학(송도캠퍼스)의 교수·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의대생들이 대학 본부(영도캠퍼스)가 방만한 운영을 한 탓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며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까지 하고 있어 악순환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교수·교직원 급여 밀리고 학사 운영비 끊기고… 결국 총장 자진 사퇴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부터 고신대 일부 교수와 교직원들이 급여를 절반 또는 전액 받지 못하거나 제때 받지 못했다. 심지어 해당 월에는 급여일을 하루 앞두고 ‘6월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기 어렵다’는 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의대 교수들 역시 6~7월 임금·수당이 절반만 지급되는 등 피해를 받았다. 전체 154명 중 기초교수 20여 명은 최근까지도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으나 1차 등록금 납부 기간이 우선 끝남에 따라 31일 현재 밀린 임금이 모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교수·직원이 노동청에 학교를 고발하면서 교직원 임금체불도 현재는 해결된 상태다.
재정난으로 인한 경영 악화는 의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를 끼쳤다. 지난 4월 운영비가 크게 삭감된 데 이어 5월 중순께부터는 학사 운영비가 아예 끊기면서 교육과 관련한 직접 경비 외 모든 지출이 중단된 것이다.
의대 측의 요청으로 7월부터 전기·수도·인터넷 요금 등 필수 경비는 지급됐지만, 등록금으로부터 지출되는 모든 운영비(장학금·행사지원비·동아리지원비·실습경비)가 끊겼다. 이에 3학년 학생들의 해외실습이 사실상 무산됐으며 9월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봐야 할 4학년도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7월 초부터는 청소용역업체에 지급해야 할 용역비도 끊기면서 시설관리가 중단됐고, 급기야 의대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집에 가져가서 버려주시고, 화장실도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공지까지 띄우는 사태가 벌어졌다.
의대가 ‘비등록금회계’ 재정을 사용하면서 당장 1학기 교육이 중단될 위기는 넘겼지만, 2학기부터는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 충분한 수준의 운영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대 ‘교육 중단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체불 등의 사태로 학교 행정이 위기에 빠지자 이달 중순께 이병수 전 총장이 취임 1년 3개월만에 사표를 내고 총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학교법인인 고려학원 이사회가 사실상 해임한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현재 교학부총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는 내달 7일 열릴 예정이다.
◇대학본부 향한 교수·학생 신뢰 바닥… “학사 운영 정상화” 한 목소리
이 같은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고신의대 운영 정상화, 학사 운영비 미지급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7월 24일 ‘고신의대 학생 TF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학교 재정이 어려워지자 본부가 의대 등록금을 의대의 동의 없이 알 수 없는 다른 곳에 사용한 탓에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피해를 받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본부 측이 6~7월 두 달간 교직원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월급명세서에는 납부한 것으로 기록하는 등 ‘허위 월급명세서’를 발행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학교 행정에 대한 교수·학생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대학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 등록금은 꼭 해당 학과 운영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에 두루 활용된다. 그러나 의대의 경우 의대생 등록금이 의대 운영에 사용되도록 본부가 통상적으로 배정해왔다. 이 학교 학생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약 330만원, 의대는 480만원 수준이다.
TF팀 임정훈 팀장은 “본부 측에 운영비 지급을 꾸준히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전임 총장과도 두 번에 걸쳐 면담했으나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의대생 등록금은 의대 학사 운영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운영비 정상 지급 약속을 문서화해달라. 또 본부는 의대에 지급됐어야 할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 의대 재학생 450명 중 약 350명이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1차 등록 기간에 많은 학생이 등록금을 내지 않았으며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9월 중순께 예정된 2차 등록 기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 교수 154명 역시 지난달 학교 건물 외벽에 내건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결의문’을 통해 “본부의 독단적 재정 운용과 방관적 입장으로 의대 학사 운영이 망가졌다, 더 이상 의대의 위상·신뢰가 추락해선 안 된다”며 “올해 2학기부터는 의대 등록금 회계를 본부로부터 분리해 독립 운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핵심 교수 이탈에 교육평가인증·상급병원심사 탈락도 가시화
학사 운영 자체가 위기를 맞자 올해 고신의대가 획득해야 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주관 ‘의학교육 평가 인증’ 역시 평가기준을 상당부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신입생 모집 정지가 가능해지고, 2회 연속 미인증 시 지난 2018년 문을 닫은 서남의대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겹치면서 고신대 복음병원 내 핵심 교수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 말 예정돼있는 ‘제5기 상급종합병원’ 심사 역시 탈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고신대병원은 지난 2020년까지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이었으나, 제4기 상급종합병원 심사(2021~2023)에서 탈락하는 등 이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등록금은 10년 동결, 학생 수는 매년 감소… “집행부 교체 후 대안 모색”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신입생 미충원 등으로 인한 수입 감소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고신대는 올해 신입생을 868명 모집했으나 721명만 등록(83.06%)하는데 그쳐 부산 대학 중 하위권을 기록했다.
게다가 고신대는 약 10년 전부터 등록금을 동결한 상태라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이 오랜 기간 쌓여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신대 본부 관계자는 “학교 법인이 최근 대학본부 내 행정을 담당하는 집행부 인원에 대한 교체까지 단행했다. 이런 사태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도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려면 결국 충분한 수입이 뒤따라야 하는데, 학생 수가 많이 줄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속수입사업을 늘려 재정을 강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대안을 찾겠다. 학교 재정을 안정화할 총장도 곧 새로 선출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신대는 의과대학과 복음병원이 있는 송도캠퍼스, 신학대학·보건복지대학·간호대학 등이 있는 영도캠퍼스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 재적 학생 수는 약 4000명이며 지난해는 4300명, 2021년은 4600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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