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챙기려고 54년 만에 나타나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건 80대 친모가 항소심에서도 상속권을 인정받았다.
31일 부산고법 2-1민사부(부장판사 김민기)는 친모 A 씨가 실종된 아들 김종안 씨의 누나 김종선 씨(61)를 상대로 제기한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A 씨가 사망보험금을 받아도 된다는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이전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A 씨에게 사망보험금의 일부인 1억 원을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A 씨는 이를 거부했다.
앞서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23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됐다. 이후 김종안 씨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 원과 선박회사 합의금 5000만 원 등 3억 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A 씨는 버린 자식들 앞에 54년 만에 나타났다. A 씨는 김종안 씨가 2세 정도일 때 떠나 한 번도 자녀들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민법의 상속 규정을 내세우며 김종선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종선 씨는 이날 선고 직후 울분을 토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나 참담하다. 두 살 때 버린 친모를 부모로 인정해 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분노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같은 자식들은 어떻게 사는가. 어릴 때 엄마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정말 힘들게 살았다”며 “친모한테 돈이 돌아가느니 국가에서 환수해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가서 1인 시위를 하든 단식을 하든 대법원까지 끝까지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선 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도 촉구했다.
그는 “이번 소송 진행 과정에서 친모 측이 동생의 집과 자산을 본인들 소유로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걸 알게 된 날, 그 사람들을 다 죽이고 나도 죽으려 했지만 법을 바꾸려고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정치인들은 구하라법을 정치로 보지 말고 우리 같은 자식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 (피해자는) 저 한 사람으로 족하다”며 “저는 죽을 때까지 이 법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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