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입장차 안 좁혀져
교육부, 4일부터 연가·병가 사용 교사 수 조사 착수
조희연 제안 '4자 협의체' 두고 교육부 "여유 없어"
9.4 출근 안 할 교사 규모 가늠 불가…긴장감 고조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를 기리는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교육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제를 촉구하는 교육부와 지지를 보내고 있는 진보 교육감·교직단체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일 출근하지 않을 교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 지 당국은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오는 4일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당일 연가 또는 병가를 사용한 교사 규모 등을 학교별로 보고 받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한 고위 간부는 “(교사들이) 4일 당일 (집단적으로) 연가·병가를 내면 갑자기 학교가 비는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해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실무 관계자는 조사 기간이나 범위 등을 묻자 “(취합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어서 제출을 독려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방식은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자신들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 밝힌 교사 모임은 오는 4일 오전 임시휴업을 결정한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추모 활동을 하고, 당일 오후 4시30분부터 국회 앞에서 ‘고(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일선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보낸 공문과 보도자료를 통해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기 위한 학교의 임시(재량)휴업 전환이나 교사 개인의 연가·병가 사용은 불법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조희연(서울)·최교진(세종) 등 진보 성향 시·도교육감들은 추모를 존중해야 한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에 교직단체와 집회 추진 교사들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4자 협의체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 양측은 전날까지 실무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교육부 한 간부는 “교육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같이 협의하는 데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해서는) 정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감들도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초 ‘추모는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4시30분 이후에 해 달라’는 입장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교육감들은 통상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는 안건이 있다면 공동 입장문을 낸다.
이런 가운데 서이초 교사 49재를 앞둔 교직사회는 추모 열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토요일인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7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참석했다. 당일 집회 인파는 국회의사당역부터 여의도공원까지 이어졌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연일 교권보호 대책을 내놓고 국회도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교사들은 아직 불완전하다는 반응이다.
교육부가 지난 1일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지만, 악성 민원인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률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서울과 전북의 초등학교 교사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노가 더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일제히 교육 당국과 경찰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징계를 경고한 교육부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자신을 충북 지역 초등교사라고 밝힌 인디스쿨 이용자 ‘수학귀싱’이 제안한 ‘9/4 임시휴업 학교장 징계 반대 서명’에는 지난 1일 오후 10시 교사·학부모 등 6만5000명이 참여했다. 교육부의 공식 집계에서도 4일 임시휴업을 공식적으로 결정한 학교 수가 늘고 있다. 집계를 1차 공개했던 지난달 29일 17개교에서 지난 1일 30개교로 2배 늘었다.
교육부가 철회를 요청하고 불법임을 경고했지만 외려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반면 여파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는 집회 참여가 아니더라도 연가나 병가를 쓰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추모의 마음을 갖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집회 개최에 반대하는 글도 다수 게시된 상황이다.
추모를 위해 병가나 연가를 사용하거나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을 징계할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당초 교육부는 출근하지 않고 추모에 나선 교사들을 감싼 교육감들을 상대로 감사나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주말 들어서는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몇몇 간부가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교육계 한 당국자는 “오는 4일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추모에 참여하는지에 따라 교육부의 대응 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교 관리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4일 현장체험학습(가정학습)이나 긴급돌봄 신청을 해 달라는 초등학교가 다수 나왔다.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당일 출근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들도 엇갈린 반응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선생님들을 지지하는 학부모, 학생 일동’은 지난달 31일 지지선언문에서 “선생님들의 정당한 행동을 지지한다”며 “교육부는 4일 교사들의 자발적인 추모 활동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명에는 지난달 30~31일까지 총 1만5343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반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 “교사들은 학습권 침해 집회를 철회하고 학교를 지켜달라”며 “교사가 학교를 떠나 아이들을 등지고 거리로 나서는 집단행동은 주체가 누구든 어떤 명분을 가진 것이든 우리 학부모와 사회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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