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계산위, 소득대체율 인상 분석
기금 소진 빨라지고, 미래 부담 급증
노동계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악”
정부 “국민 수용성 고려 최종안 제출”
현 세대가 국민연금 수령액을 지금보다 올리면 다음 세대는 번 돈의 30% 이상을 떼이는 ‘보험료 폭탄’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으로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음 세대의 부담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받는 돈’ 높이면 월급 33∼37%를 보험료로 내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는 1일 공청회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12∼18%로 올리면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개혁 밑그림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노동자 단체 등은 “더 내고 받는 돈은 그대로인 ‘연금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소득대체율도 함께 높이면 어떻게 될까?
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재정계산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재정계산위원들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나 50%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54년으로 1년 앞당겨진다.
기금 소진 전까지는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소진 후엔 ‘그해 걷어 그해 주는’ 부과식으로 바뀌면서 청장년층의 부담이 급증했다. 소득대체율 40% 유지 시 올해 20세인 청년이 90세(평균 기대수명)가 되는 2093년에는 보험료율이 29.7%로 예측됐다. 올해 20세 청년이 2093년에도 연금을 받으려면 다음 세대가 월급의 3분의 1을 매달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을 45%나 50%로 올리면 보험료율이 각각 33.3%, 37.0%로 크게 치솟았다.
2093년은 이번 재정계산위의 재정 목표 시점이다. 재정계산위는 현재 청년층도 먼 미래까지 안전하게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재정계산위원은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어떤 변수를 조합해도 다음 세대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 복지 장관 “국민 수용성 고려해 정부안 제출”
따라서 소득대체율을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보다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더 오래 낼수록 받는 돈도 늘어나는데, 저소득층일수록 법정 가입기간(40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가입자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현재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소득대체율을 일괄적으로 올리면 그 혜택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중산층 이상에게 집중된다.
복지부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최종 정부안에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포함시킬지 고심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안에서) 논리적 합리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국민의 수용성”이라고 말했다. 장기 재정에 악영향이 있어도 당장 국민 동의를 얻기 위해서라면 소득대체율 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장기 재정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어 찬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2225만4964명으로 1년 전보다 7만여 명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급자는 43만여 명 늘었다. 가입자 감소는 과거 외환위기 직후나 코로나19 유행 등 일시적으로 발생했지만, 앞으론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대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중기재정전망(2023∼2027년)’ 보고서에서 가입자가 지난해 고점을 찍은 뒤 올해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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