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선고 받은 작가의 작품 둘 수 없어"
임 화백, 지난달 1심서 징역 6개월, 집유 2년
서울시가 4일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작품을 계획대로 철거한다.
시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철거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임 화백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앞서 서울시는 임 작가가 유죄 판결을 받자 기억의 터에 설치된 그의 작품 ‘대지의 눈’을 비롯, 시립시설에 있는 임 작가 작품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억의 터 설립추진위원회는 서울시의 철거 방침에 추진위의 작품 소유권, 공법상 약정에 따른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며 지난달 31일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이에 시는 예정대로 이날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 작가의 ‘대지의 눈’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남산 기억의 터는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의 공간”이라며 “의미 있는 공간에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임옥상씨의 작품을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은 생존해 계신 위안부뿐만 아니라 시민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진위는 편향적인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서울시가 하루빨리 임씨 작품을 철거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시는 시민 대상 여론조사도 언급했다. 응답자의 65%가 임씨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위원회가 주장하는 ‘조형물에 표기된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4%였다.
시는 “작가 이름만 가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추진위의 이런 행동 자체가 기억의 터 조성 의미를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위안부는 물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억의 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간의 의미를 변질시킨 임씨의 조형물만 철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대체 작품을 재설치할 계획이다.
시는 “기억의 터 공간의 역사성, 장소의 의미 그리고 국민참여 가치를 더 발전적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 화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하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추행한 것으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의 정도, 범행 후 경과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처벌 전력이 없으며 2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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