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화물차 보급 정책 토론회
화물차 보조금 승용차의 2배지만
탄소 저감 효과는 오히려 더 적어
차종별 효율 고려해 예산 배분을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표주자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꼽힌다. 정부에서는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를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전환하기 위해 전기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차량 금액의 약 절반 가까이 구매 보조금이 지급되는 전기 화물차는 정책에 힘입어 보급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7월 기준 국내에 누적 등록된 전기 화물차는 11만2668대다. 지난해 7월 당시 6만6332대에서 약 70% 증가한 수치다.
전기 화물차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1일 국회에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화물차 보급 추진 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전기 화물차의 온실가스 배출과 정부 보조금 등 환경 편익을 분석해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정책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다.
● “전기 화물차 보조금-환경 편익 효용 따져봐야”
정부의 NDC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순 구매 보조금 지원보다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를 갖추는 데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NDC 달성에 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형 화물차가 출고에서부터 폐차되기까지 약 17.3년 동안의 환경 피해 비용을 비교한 결과 경유 화물차는 약 435만 원, 전기 화물차는 232만 원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유 화물차를 전기 화물차로 바꿀 때 환경 피해 비용은 435만 원에서 232만 원으로 줄어든다. 전기 화물차의 환경 편익은 대당 약 203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환경피해 비용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주행거리 집계와 주요 전기 발전원, 배출되는 오염물질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계산했다.
올해 기준 전기 화물차를 구매할 경우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해 대당 평균 1887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 교수는 “현행 전기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1600만 원(서울시 기준)은 환경 편익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형 화물차의 경우 1일 주행거리가 318.5km 이상 돼야 구매 보조금보다 환경 편익이 커지는데 실주행거리 분포 자료 등을 반영했을 때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화물차와 전기 승용차의 예산 효용과 형평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 국비 보조금은 전기 승용차에는 대당 500만 원, 전기 화물차에는 1200만 원이 지급된다. 연구에 따르면 경유 화물차를 전기 화물차로 전환할 때 차 한 대당 저감되는 이산화탄소량은 7273kg이다. 휘발유 승용차에서 전기 승용차로 전환할 시에는 이산화탄소 7336kg의 저감 효과가 있다.
전호철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 승용차로 전환 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량이 전기 화물차 전환 시보다 오히려 조금 높은데, 전기 화물차의 보조금이 배 이상 높다. 예산 배분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유럽, 구매 보조금보다 충전 인프라에 집중
이날 전문가들은 “단순 구매 보조금보다는 충전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6월 기준 전체 충전기 23만 대 중 완속 충전기가 89%인 가운데 주행거리가 200여 km에 불과한 전기 화물차가 급증하며 충전 인프라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 속도는 느린데 전기 화물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충전을 자주 해야 하니 ‘충전 적체’가 생긴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저성능 전기차 보급을 섣불리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진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환경부의 올해 기후탄소 분야 예산 4조5264억 원 중 무공해차 예산이 3조435억 원으로 약 67%를 차지하며, 이 중 전기 화물차는 13%다. 탄소 감축 측면에 있어 예산의 효율성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국은 지난해 6월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폐지했지만,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유럽을 보면 보조금 축소 후 일시적으로 판매량 감소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다시 시장을 회복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기존 6000유로(약 854만 원)에서 4500유로(약 640만 원)로 25% 줄였으며 내년에는 3000유로(약 427만 원)로 추가 삭감할 계획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6월 유럽연합(EU)에서 팔린 전기차는 약 7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8% 증가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전기화물차 보조금 사업은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국정감사 및 예산안 심사 때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부 관계자는 “2011년부터 보급사업을 추진한 전기 승용차에 비해 전기 화물차는 2018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아직 수요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와 차고지, 물류 거점 등에 집중적으로 충전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올해 1조9180억 원에서 내년 1조7640억 원으로 8.0% 줄이고, 전기차 충전기 구축 지원에 올해보다 44.3% 늘어난 4365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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