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중심 대규모 조직개편 앞둔 경찰, 분위기 뒤숭숭…“순찰만 하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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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6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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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2.5.3/뉴스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2.5.3/뉴스1
현장 치안 중심으로 진행될 경찰의 대규모 조직개편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수사 인력이 줄어든다는 소문까지 돌며 ‘60년 숙원’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현재 본청과 시도청 지원인력을 중심으로 전체 인원의 5% 내외를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경찰로 재배치해 현장 인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신림동 흉기 난동 등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르며 윤석열 대통령이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경찰 안팎에선 지난 2021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신설된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인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수사 인력은 지난 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른 국가수사본부 신설로 2년 동안 증가해 왔다. 올해 1000여명이 증원됐는데 그중 다수가 현장에 재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8월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시도청 수사 부장·차장 살인예고글 관련 긴급 화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8.6/뉴스1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8월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시도청 수사 부장·차장 살인예고글 관련 긴급 화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8.6/뉴스1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4일 이에 대해 “실제 수사 현장 대응력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선전지) 수준 얘기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전혀 팩트가 아니다”며 “단순히 지구대·파출소에 인력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직개편을 둘러싼 진통은 발표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 동기 범죄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방편’이라는 비판과 함께 조직개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지구대와 파출소 수는 2000여 곳인데 1000명을 나눠 배치해봤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 업무를 맡은 경찰 사이에선 지난 7월 법무부가 경찰의 ‘수사 종결권’ 축소를 공식화한 데 이어 이번 수사 인력 감축설까지 돌자 “경찰은 수사하지 말고 순찰만 하라는 거냐”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16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1기 졸업식을 마친 신임 경찰관들이 힘찬 출발을 외치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2023.2.16/뉴스1
지난 2월16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1기 졸업식을 마친 신임 경찰관들이 힘찬 출발을 외치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2023.2.16/뉴스1
수도권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A경찰관은 “가뜩이나 수사 종결권 축소로 수사 의지가 꺾인 상황에 인력까지 줄어들면 아수라장이 된다”며 “인원을 증원해도 모자랄 판국에 인력을 뺀다는 소문이 도니까 정말 치안 때문인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과 직결된 수사 부서의 인력 감축은 국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순찰은 경찰만의 업무가 아니라 지자체와 함께 협업하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업무를 하는 B경찰관도 “최근 쟁점이 된 이상 동기 범죄는 순찰을 강화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현장 인력이 부족해진 건 수사권 조정 때문이 아니라 몇 년간 이어진 기동대 차출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켜봐야겠지만 소문대로 인력을 많이 빼갈까 걱정된다”며 “업무량이 많아 증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 오히려 인력이 빠지면 수사 부서 기피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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