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셀프처방 의사 年 8000명…진료 맡겨도 될까? 생각만해도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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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6일 15시 38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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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만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을 지난 한 해 16만정이나 처방한 지방의 요양병원 의사 A씨. 매일 먹는다면 400알에 달한다. A씨는 척추 수술 후유증 때문에 진통제가 필요했다며, 모두 자신이 먹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마약류관리법의 오남용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양도하지 않고 자신의 치료를 위해 복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수사받고 있던 올해 상반기에도 마약류 3만7000여정을 셀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250여알에 달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A씨처럼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의사는 연평균 8000명 가량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류 의약품에 접근하기 쉬운 의료인의 셀프 처방은 방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는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로 진료기록부에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품명과 수량을 적고 이를 직접 투약할 수 있다.

마약 셀프 처방 실태 ⓒ News1
마약 셀프 처방 실태 ⓒ News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마약류 셀프 처방 의심 사례는 2018년 5월~2022년 6월까지 4년 1개월간 10만5601건, 처방량은 355만9513정에 달했다.

마약류 셀프 처방이 추정되는 의사는 △2018년(5~12월) 5681명 △2019년 8185명 △2020년 7879명 △2021년 7736명 △2022년(1~6월) 5698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8000명의 의사가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셈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의사 1명이 한해 26회에 걸쳐 마약류 1만9792정을 처방한 사례도 드러났다. 가족 등 타인 명의로 대리 처방하거나 다른 의사 명의를 도용한 사례까지 합치면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 의원이 공개한 사례에는 2018년 12월~2020년 5월 의사 B씨는 친할머니 명의로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하고 총 125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인 스틸녹스정 2308정을 처방한 뒤 본인이 투약한 사실도 있다.

의사 C씨는 다른 의사의 아이디로 전자 진료기록부에 접속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본인에 대해 스틸녹스정을 59회에 걸쳐 1388정 처방 및 투약하다 꼬리가 잡혔다. 하지만 C씨가 받은 처벌은 1개월 15일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마약류 관련 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다시 진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면허취소 절차도 허술하다. 마약 중독자라면 면허를 잃을 수는 있으나 마약사범은 면허취소 처분을 받고 3년이 지나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 재교부 신청이 가능하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의료인의 셀프 처방을 막는 사회적 장치 마련에 힘쓰고 있다. 캐나다·호주는 의사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마약류를 포함한 통제 약물을 처방하거나 투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자가 처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의학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가 처방과 가족 처방을 할 때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해놓았다. 미국도 자가처방을 인정하되 가족이나 의사 자신에게 처방을 금지하는 약물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의료인 마약류 자가 처방 방지 방안에 대해 “마약류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 단계부터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이 확인되도록 하는 방안의 실효성이 높아 보인다. 의료인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침 최연숙 의원이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투약을 금지하도록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급여비용 심사 자료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물론 식약처도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다양한 정책수단을 우선 살펴보자”는 취지의 신중검토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진료권과 처방권, 본인·가족의 치료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자는 취지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셀프 처방에 대한 감시 횟수를 늘리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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