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전공책 안사고 ‘셀프 스캔’… “350명 강좌에 책 구입 0”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7일 03시 00분


대학가 서점-인쇄소 연쇄 폐업
PDF 변환 ‘무인 스캔점’은 북적

“경제학개론과 경제학입문 수업 정원이 350여 명인데 아직 전공 책이 한 권도 안 팔렸어요.”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구내서점 관계자는 “간혹 찾아와 저자와 출판사를 물어보는 학생은 있는데 모두 온라인에서 구매하거나 전자문서로 공유하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신촌역 인근의 한 서점 직원도 “가을학기 개강을 하고 나흘 지났는데 전공 서적이 아직 한 권도 안 팔렸다. 수험서는 그나마 몇 권 팔렸는데 전공 교재는 찾는 학생이 아예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서점 책장에는 비닐도 안 뜯긴 전공 서적이 가득했다.

대학가에선 최근 대학 교재를 책 대신 전자문서(PDF)로 보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서점뿐 아니라 인쇄소 등까지 연쇄적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모습이다.

신촌에서 10년 넘게 인쇄소를 운영해 온 김민보 씨(62)는 “책이 안 팔리니 제본하러 오는 학생도 덩달아 줄었다. 요즘처럼 손님이 없으면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책을 스캔해 PDF로 변환할 수 있는 ‘무인 셀프 스캔점’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이날 한 스캔점에서 만난 대학생 강모 씨(22)는 “중고로 산 책을 스캔해서 전자책으로 만들어 태블릿PC에 저장했다”며 “책을 다시 중고로 팔면 사실상 들어가는 비용은 제로”라고 했다. 또 “최근에는 스캔조차 하지 않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학생들끼리 PDF를 공동 구매하거나 그냥 돌려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책 판매만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대학가 서점들은 강연이나 모임 장소로 공간을 대여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숙명여대 앞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서점 ‘숙명도서’의 김낙용 사장은 “최근 숙명여대 인근에 몇 개 없던 서점들마저 대부분 사라졌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반 토막 났던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전공책#셀프 스캔#무인 스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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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3-09-07 06:29:33

    무슨 말을 해도 그 첫번 째는 저작권 보호부터. 학생들이 그런 식이라면 그 선생님 과목을 수강하면 안되지. 선생님의 저작권을 무시하는 학생의 장래가 보인다.

  • 2023-09-07 06:43:38

    범죄행위

  • 2023-09-07 08:56:45

    책 혹은 전자책을 사고 받은 영수증을 학생들이 제출해야 학점을 주는 시스템으로 가면 됩니다. 적지 않은 미국, 일보, 유럽 교수들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렇게 합니다. 우리 나라야 저작권을 초개와 같이 보는 양심없는 이상한 나라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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