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이언트’로 유명한 미국 배우 제임스 딘은 24세인 1955년 교통사고로 요절했습니다. 하지만 죽고 나서 두 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불멸의 스타’로 불립니다. 이런 제임스 딘이 다시 인공지능(AI)으로 부활해 영화 ‘백 투 에덴’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정말로 ‘불멸’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게 모두 AI 기술 덕분입니다.
심지어 현실에 아예 없는 존재가 태어나 인기몰이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버추얼(가상) 걸그룹 ‘메이브’는 첫 번째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 ‘판도라’의 영상이 공개된 지 7개월 만에 25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블랙핑크 같은 정상급 걸그룹 수준입니다. 조회 수의 80%가 해외라는데 화려한 퍼포먼스와 완성도 높은 그래픽 비주얼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가상 연예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입니다. 에덴에서 태어났지만 사랑에 빠져 이 세상으로 넘어온 콘셉트로 1998년 혜성같이 등장한 아담은 배우 원빈의 얼굴을 모델로 했습니다. 키 178㎝에 몸무게 68㎏, 혈액형은 O형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아담은 등장하면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가 부른 첫 번째 곡 ‘세상엔 없는 사랑’이 실린 음반은 20만 장이 팔렸고, 아담의 캐릭터는 문구나 신발 등에 들어가 등장한 지 3개월 만에 약 5억 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당대 최고 인기 연예인들만 섭외한다는 음료 광고 모델까지 하는 등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활동을 접고 자취를 감추면서 수많은 의혹을 낳았습니다. 그중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었다’는 소문이 제일 그럴듯하게 퍼졌습니다. 훗날 제작사는 기술적인 한계와 2집의 실패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30초 분량의 아담 영상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 5, 6명이 2개월 동안 작업했다고 합니다.
가상 연예인은 이미 시험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 휴먼은 꽤 있습니다. 미국의 릴 미켈라나 영국의 슈두가 이에 해당됩니다. 팔로어가 300만 명이 넘는 릴 미켈라는 팬들과 막힘 없이 소통하면서 본인의 의류 브랜드 ‘CLUB 404’까지 출시했습니다. 심지어 인종 차별과 같은 정치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면서 2018년에는 타임지에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비록 가상 인물이지만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케이팝의 인기는 전 세계적입니다. 메이브의 일차적인 성공은 이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하지만 호기심만 자극하고 끝나는 경우 일시적인 화제로 그칠 확률이 높을 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래전 우리 곁에 왔던 신인류 아담도 지금과 같은 가상 현실이 구축되어 있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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