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칼럼 따라잡기]중년도 무서운 키오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8일 03시 00분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카페나 식당 문을 열었을 때 ‘어서 오세요’ 대신 키오스크를 마주하면 움찔하게 된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아이스라떼 톨 사이즈 샷 추가 테이크아웃요.” 점원 앞에선 3초면 끝날 한 문장을 위해 단계마다 ㉠씨름해야 한다. 어르신이라면 나이 탓이라도 할 텐데, 솔직히 중년들 역시 키오스크가 조금은 두렵다.

키오스크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늘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키오스크 보급이 빨라지는 데 한몫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요식업에선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3년 만에 약 16배로 급증했다.

많이 접해 익숙해졌다지만 키오스크 기기마다 사용자환경(UI)이 표준화되지 않아 처음 가는 가게에선 여전히 부담이다. 직원에게 물어볼 수 없어 메뉴 이름을 꿰고 있지 않으면 주문조차 안 된다. 낯선 이름에 주문을 포기했던 아이스크림 체인점의 ‘MSGR’이 알고 보니 미숫가루임을 알고는 허탈해진다. 화면 속 그림과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도 많다. 시간을 끌다간 초기화될 수도 있다. 결국 뒤통수가 따가워 뒷사람에게 주문을 양보하게 된다.

이런 당혹감이 연세 많은 어르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보니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주문을 포기한 사람이 40대에선 17.3%였지만 50대는 50.5%로 확 올라갔다. 한 빅데이터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문할 때 30대 이하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비대면 방식을, 40대 이상은 직원을 통하는 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오스크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다. 다만 기술 발전의 목표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면, 자괴감이 들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해져야 한다. 쉬운 말을 쓰고 글씨 크기를 키우고 화면 구성과 조작 방식을 단순화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어르신들도, 중년들도 한때는 ‘얼리어답터’였다. 인공지능(AI) 등 숨 가쁜 기술의 발전 앞에 지금의 젊은 세대도 버벅거릴 날이 머지않았다.

동아일보 9월 1일 자 김재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키오스크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의 말로 적절한 것을 고르세요.
① 글자도 작고, 주문하고 싶은 메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 직원의 도움을 받고 싶어.
② 일일이 메뉴를 다 말하지 않고, 몇 번 클릭으로 주문이 가능하니 정말 편리하군!
③ 아직 코로나19가 유행 중이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결제를 하는 것이 점원과 손님 모두에게 안전하지.

2. ‘㉠씨름해야 한다’의 의미를 바르게 추측한 것을 고르세요.
①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힘과 재주를 부리어 먼저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우리 고유의 운동을 하다.
② 어떤 대상을 극복하거나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힘을 쏟거나 끈기 있게 달라붙다.


#키오스크#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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