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뛰는데 정부 지원 그대로… 대학들 부담 커져 사업 한계상황
일부는 간편식 대체-제공 인원 줄여
학생들 “바나나 1개로 끼니 때워”
“지원 늘리거나 대상 줄일 필요”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
구내식당에는 학생 5, 6명이 보였다. 식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커피를 사러 온 학생들이었다. 오전 8시부터 매일 선착순 300명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했던 지난 학기에 아침마다 학생들로 북적였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재학생 김모 씨(26)는 “지난 학기에는 1교시 수업 전 아침식사를 하러 올 때마다 줄이 길게 서 있었다”면서 “단돈 1000원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근처 편의점에서 바나나 1개로 끼니를 때우고 등교한다”며 아쉬워했다.
● 예산 부족에 ‘천원 아침밥’ 중단 축소 잇달아
올 초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곳곳에서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사업에 참여했던 대학 145곳 중에서 2학기부터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대학들은 사업을 이어갈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1000원을 지원하고, 학생이 1000원을 부담하면 나머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아침식사 원가가 점차 높아지다 보니 대학 부담이 갈수록 커지게 됐다. 세종대 관계자는 “최근 추가로 참여 대학을 모집한다는 공문이 와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공식 중단된 건 아니다. 학생들이 아쉬워하는 부분까지 감안해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국성서대 역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일부 학교는 간편식으로 바꾸거나 제공 인원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초 대학 41곳, 68만5000명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후 학생들의 호응이 높자 대상을 세 배로 늘려 대학 145곳, 234만 명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끼니당 정부 지원은 그대로다. 매일 100명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는 건국대 관계자는 “한 끼당 4500원에 제공하고 있어 2500원을 대학이 내는 구조다 보니 사업 규모를 키우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대학은 자체 재정으로 충당이 어렵자 기부금을 활용하기도 한다. 대구에 있는 계명대는 교직원들이 급여 1%를 기부해 이달부터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대전대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매달 1만 원씩 후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업을 확대한 고려대와 연세대 역시 동문과 학부모 기부금으로 추가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 “현재 구조로는 지속성에 한계”
전문가들은 “현재 비용 부담 구조로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늘리거나, 선택적 복지 차원에서 대상자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특히 필요한 사업”이라며 “모든 학생에게 주는 대신 특정 기준에 충족하는 학생에 한정해 공적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25억8400만 원이었던 예산을 내년도엔 43억 원으로 증액했다”며 “대학 측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아직 반영되지 않아 국회와 추가 증액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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