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빼앗은 점유물을 도로 빼앗긴 경우 회수 청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8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부동산 및 채권 자산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A 법인이 시공업자 B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인도) 상고심에서 대법관 일치된 의견으로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점유자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 제209조 제2항의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점유의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B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 제209조 제2항에서 정한 자력구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먼저 점유를 침탈한 A는 B에 대해 점유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A 법인은 B에게 신축공사를 맡긴 후 공사대금 29억 50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은 B가 2012년 10월경부터 점유하며 6년여간 유치권을 행사했다.
이후 A 법인의 대표는 B를 찾아가 폭행을 행사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B가 건물을 비우면서 A 법인이 해당 건물에 대한 점유를 시작했다. 하지만 A의 점유가 시작된 후 4일 만에 B가 약 30명의 용역직원을 동원해 다시 건물의 점유권을 되찾았다.
A는 민법 제20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해당 건물에 대한 점유회수청구권이 있다며 B와 더불어 그를 돕고 있는 C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와 C는 적법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원고인 A가 자신들의 점유를 침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상대방의 점유를 침탈했다가 다시 그 점유를 회수당한 점유의 상호침탈은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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