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에 연루돼 강등 처분을 받은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52)이 자신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군이 근거로 든 징계 사유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8일 오후 전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먼저 재판부는 핵심 쟁점을 구체화 했다.
재판부는“강제 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사건을 참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아 이 중사가 끝내 사망할 때까지 법무실장으로서 아무런 지휘 감독을 하지 않은 것이 핵심 징계 사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 전 실장 측은 이에 “법무실장이라는 위치는 조사 중이거나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나 단독 권한이 있을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전 실장 측은 “군대 내 검찰 조직은 일반 사회 검찰 조직과 다르다”며 “법무실장을 군대 내의 검찰총장에 빗대 표현하지만, 군대 내에서는 각 부대의 군 검사가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예속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법무실장이 구체적인 지휘, 감독 권한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방부 측은 “원고가 실제로 개별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실직적으로 행사한 사례가 있다”며 “사회의 검찰 조직과 다른 측면이 있어 개별 사건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실제로는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있었고, 이 중사의 사건에 어떠한 인식조차 없는 것이 문제다”며 징계 사유가 적법하다고 맞섰다.
전 전 실장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 당시 군검찰 수사에 불법 개입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사건 당시 자신에게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의 구속영장이 청구가 기각되자 이 군 검사에게 영장이 전화를 하며 잘못됐다고 추궁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이같은 혐의를 근거로 1계급 강등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같은달 전 전 실장은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됐다.
이에 전 전 실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강등 조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법원은 지난해 12월 “본안 1심 선고일부터 30일까지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하라”며 일부 인용 결정했다.
국방부는 효력 정지 1심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지난달 서울고법은 재차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전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1일 준장으로 전역했다.
전 전 실장은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1심 재판에서 지난 6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전 전 실장은 재판이 끝난 뒤 고등군사법원 소속의 군무원에게 재판정보를 알려달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 사실이 유포돼 언론 보도가 됐다며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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