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40대 초등교사 또 극단 선택… “아동학대 무혐의에도 4년간 시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9일 01시 40분


교사노조 “병원 치료 등 고통 호소
교권보호위 개최 요구에도 안열려”
대전교육청 “학교에 사실확인 나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8일 재직했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인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2023.9.8/뉴스1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8일 재직했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인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2023.9.8/뉴스1
대전에서 4년여간 민원에 시달리던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8일 대전유성경찰서와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달 5일 교사 A 씨(42)가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일 숨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동안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동료 교사들의 증언을 통해 A 교사가 겪은 상황을 공개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A 교사는 2019년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 A 교사가 해당 학생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측이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문제가 된 4명 중 한 학생이 친구 얼굴을 때려 교장실로 불려갔고, 이에 해당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 교사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부모는 A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이듬해 A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학부모 측은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A 교사를 상대로 또다시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 교사는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교사 등은 “A 교사가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A 교사는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접한 뒤 “트라우마가 떠올라 힘들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진상 규명을 위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와 이전 근무 학교에 조사단을 파견했다”며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A 교사의 평소 신념에 따라 신체 조직(피부)을 기증하기로 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대검찰청에 ‘검찰이 학생 지도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할 때 교사의 권리가 충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유의하라’란 내용의 개선안을 내려보냈다.

#대전#40대 초등교사#극단 선택#아동학대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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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23-09-09 06:11:26

    수업을 방해하고, 학폭하는 학생에게 수업권을 보장해야한다는 말은 논리가 맞지않다. 대다수 성실한 학생들의 학습권보장을 위해 엄격한 학칙에 따라 처분해야 공교육이 산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학폭을 한 학생은 수업시간 관계없이 즉시 불러내려 조사하고 바로 학부형을 불러 전학처분까지 내린다. 공립학교에서 학폭으로 전학 처분이 내려지면 다시 공립학교로 전학은 불가하고 사립학교로 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학폭법 시행이후 각종 고소, 고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학폭법을 즉각 폐지하고 학생은 학칙에 따라 교육해야한다

  • 2023-09-09 05:58:13

    전교조의 실적이 이런것인가

  • 2023-09-09 08:45:08

    설령 억울하고 힘들어도 인내하고 극복하도록 가르쳐야 할 선생님이 자살이라니 이건 아니다. 제자들에게 너무 나쁜 영향을 미쳤다. 생명이 가장 귀하다고 가르치면서 자살이라니! 큰 잘못이다. 당당하게 맞서는 선생님의 모습이 맞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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