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대학 1학년 A 씨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 접수 마지막 날인 8일 수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대 혹은 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있었지만, 1학기에는 수능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6일 치러진 수능 9월 모의평가 이후 원서 접수를 결정한 것. A 씨는 “(수능이) 69일밖에 안 남았지만,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며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가 8일 마무리된 가운데 A 씨처럼 막바지에 지원한 N수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에서는 정부가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9월 모의평가 이후 학원에는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느냐”는 N수생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학원들은 다음 주부터 ‘파이널 수능 완성반’을 개강한다. 학원 관계자 B 씨는 “수능이 2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의대에 도전하겠다’는 반수생들도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에서 N수생 지원자 비율이 34.1%까지 올라 1996학년도 이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 지원자가 49만1737명이고, 이 중 N수생 비율이 34.1%(16만7527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학생 지원자 수는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최저 수준, N수생 비율은 1996학년도(37.3%) 이래 최고치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1996학년도는 1997학년도 수능 체제 변화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N수를 하려던 수험생이 많았던 해다.
올 수능 ‘쉬운 수학’ 전망… 추석 특강은 국어-탐구 영역에 집중
입시학원 줄선 대학생들
“9월 모의평가(6일)에서는 지방 국립대 의대에 합격할 정도의 성적이 나왔어요. 킬러 문항이 없다 보니…11월 수능에서는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생 C 씨의 말이다. 그는 혼자 수능 준비를 하다가 최근 학원에 등록했다. 독학으로 반수를 준비하던 수험생까지 9월 모의평가 이후 “바짝 더 공부하면 승산이 있겠다”며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꼭 의대가 아니어도 대학 수준을 더 높이려고 반수에 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학원 관계자는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생은 한두 문제 차이로 대학이 갈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킬러 문항이 없다니 자신 있어 한다”고 전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수험생 대다수는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존에는 “수학을 잘해야 유리하다”며 끝까지 수학 영역에 공들이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영역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질문과 선택지가 까다로워진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에 올 수능의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학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 특강을 다수 준비했다. 학원들이 모집 중인 추석 특강에는 ‘선택지의 모든 것’ ‘하루에 완성하는 EBS 연계 교재 몰아보기’ 등이 있다. 학원 광고에서 ‘킬러 문항 대비’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는 반면 ‘중상 난도 집중 대비’ 등은 자주 보인다. 한 유명 학원 관계자는 “수학 영역에서 만점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위권에게는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의 마지막 정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킬러 문항이 사라지고 선택지가 어려워지고 EBS 체감 연계율이 높아진 9월 모의평가의 특성을 반영한 특강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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