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이 식중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의 한 예식장 하객 60여 명이 집단으로 복통, 구토, 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호소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 3일 등산을 위해 경북 울진군을 찾은 산악회 회원들 20여 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늦더위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사람간 접촉이 늘어나면서 식중독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및 세균이 급격히 전파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표본 감시 결과,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35주차에 발생한 장관감염증 환자는 전주(520명) 대비 4% 증가한 541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29주(7월 16일~22일) 100명 발생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장병원성대장균(EPEC) 환자 수가 110명으로 증가해 전년 동기간(32명) 대비 243% 급증한 것으로 나타냈다.
장병원성대장균은 수양성 설사(물처럼 나오는 변), 발열, 복통,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7일 이내 증상이 소멸한다. 장병원성대장균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되는데 사람 간 전염도 가능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로타바이러스 감염 환자도 늘고 있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그룹 A형 로타바이러스(Group A Rotavirus)의 감염에 의한 급성위장관염을 말한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감소 추세(32주 19명→33주 15명→34주 13명)를 보이다 35주에 24명 환자가 발생하며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3명)과 비교해도 84.6% 급증한 수치다.
이 바이러스는 특히 영유아에게서 흔하게 발생하는데, 대변이 손에 묻어 입을 통해 감염되거나 음식물, 주방기구, 젖병, 오염된 물 등 매개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낮 동안엔 기온이 올라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가을철(9~11월)에 총 341건의 식중독이 발생했고 환자 수는 9236명에 달한다. 이 중 병원성대장균, 살모넬라로 인한 식중독이 전체 발생의 26%(87건, 5853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식중독이 음식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사람간 접촉이 늘어나고, 올해 유난히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원인 균이나 바이러스가 전파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된 점도 관련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한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중독은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간의 감염이 굉장히 중요한 감염 경로”라면서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다 보니 사람 대 사람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무더운 날씨 탓에 에어컨 등으로 실내 습도가 낮아지면서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 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오 교수는 “날씨가 습하고 더워지면서 실내에선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온도와 습도를 떨어트리게 되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고 감염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감염성대장균이나 노로바이러스 등은 사람간 전파가 많아 집단 생활을 하면서 2차 전파를 일으켜 감염자 수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식중독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1차적인 원인이 되는 음식물 조리와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 사용 후에는 비누 등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달걀, 생고기 등을 만진 후에도 반드시 손을 다시 씻고 조리해야 한다. 특히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2시간 이내에 섭취하는 게 좋다. 한 번 조리한 음식은 반드시 재가열해 먹어야 한다.
또 육류나 어패류 등을 손질했던 칼과 도마는 교차 오염이 되지 않도록 분리를 해서 쓰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특히 어패류나 생선류 같은 것을 손질할 때는 내장이나 아가미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오래 깨끗하게 씻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음식을 만드는 사람 몸에 상처가 났을 때는 그 상처 부위가 직접 육류나 어패류 등에 닿아서는 안 된다”며 “이는 본인도 문제지만 그 상처를 통해 본인이 갖고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길 수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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