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는 게 더 싸”…직장어린이집 안 짓고 버티는 기업들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9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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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코스트코 광명점 최대 8년 미설치
다스·한영회계법인 등 연 억대 벌금 내면서 버텨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 기업인 ‘무신사’가 신사옥 내 직장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백지화했다. 여기에 임원이 ‘어린이집을 짓는 것보다 벌금이 싸다’고 발언한 것이 연일 논란이 되자 정부가 다음 주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최대 8년째 직장어린이집을 짓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기업이 있지만 정부는 벌금을 더 많이 내게 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관계자는 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11일 무신사 인사팀에 설치의무 대상 사업장으로서 추가 소명을 받기로 했다”며 “내부제보가 나왔으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상시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전체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 내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복지부는 매년 연말 사업장 규모 기준에 따라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사업장을 분류하고 의무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인근 어린이집에 위탁보육을 하지 않은 사업장 중 사유가 불분명한 곳은 명단이 공개된다.

2017년부터는 지자체를 통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 2회 매회 1억원의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올해부터는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도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5월 2022년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사업장 명단 27곳을 공표한 바 있다. 이 중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법령을 위반해 명단이 공개된 사업장은 ▲㈜다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비즈테크아이 ▲이와이컨설팅 유한책임회사 ▲㈜코스트코 코리아 ▲한영회계법인 6개소다.

무신사의 경우 명단 공개 대상이지만 지난해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수립해 건축비용 일부를 집행하는 등 설치 중인 경우’라는 예외 사항에 해당돼 1년 간 명단 공개 대상에서 유예됐다. 그러나 최근 이를 철회하고 위탁보육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위탁보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신사는 내년 5월 말 발표되는 명단에 포함되거나 이행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년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 이행강제금, 즉 매년 억대 벌금을 내며 버티는 사업장도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코스트코코리아 광명점은 2014년부터 8년째, 다스와 한영회계법인은 2015년 12월 이후 7년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다. LG계열사인 비즈테크아이, 신성통상은 최근 5년간 2번 이상 명단 공표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명단이 공개된 미이행 사업장 27곳 중 ▲나노마이크로텍 ▲메가스터디교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코스맥스 ▲현대아이에스씨 주식회사 ▲혜명심의료재단 울산병원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설치 중’이라고 소명한 상태다.

이처럼 어린이집 설치비용보다 이행강제금을 내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버티는 기업들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력한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이행률이 4년 연속 90% 이상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배짱 사업장들은 여전히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정부가 배짱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복지부는 당장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이행강제금을 더 상향 조정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은 연 2회, 매회 최대 1억원까지 매길 수 있으며 다른 이행강제금에 비해 낮진 않다”며 “대규모 사업장은 설치율이 높은 반면 상시 근로자 500명 기준에 간당간당한 사업장의 이행이 다소 미진하기 때문에 이행을 강제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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