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 법적으론 아직 남남”…혼인신고 미루는 ‘똑똑한’ 커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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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9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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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결혼하고도 바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게 똑똑한 거예요.”

5년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둔 김모씨(25·여·경기화성 거주)는 최근 남자친구와 다퉜다. 혼인신고를 언제 할지를 두고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 커플은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신혼집은 준비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최대한 빨리 집을 마련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반면 예비신랑은 부부가 되려면 혼인신고는 해야 하지 않냐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국 김씨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김씨는 “막상 결혼하려고 보니 집이 있어야겠더라”라며 “(혼인신고를 미룰 경우) 금전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청약 조건도 갖출 수 있으니 내 선택이 현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결혼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결혼했더라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신혼부부들이 느는 추세다.

통계청의 ‘2022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을 기록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대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김씨 커플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결혼한 부부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혼부부들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는 대출이나 청약 등 주거 문제와 관련이 있다. 가뜩이나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정책 특성상 혼인신고를 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저리로 대출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은 혼인신고를 늦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일부 기성세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경우도 존재한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023.3.8. 뉴스1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023.3.8. 뉴스1

◇청약·대출 모두 결혼이 불이익…“똑똑하게 현실을 생각해야”

결혼이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게 대출과 청약이다.

대표적인 대출 상품이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이다. 이 상품은 주택도시기금이 청년들에게 연 1~2%대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그러나 미혼은 개인 연소득이 5000만원이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부부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신혼6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자격이 안된다.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처럼 맞벌이 가구소득합산과 미혼의 소득 조건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주택 청약의 경우에도 맞벌이의 경우 미혼보다 부부합산 시 불리한 소득 조건에 처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집값은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에 결혼을 앞두거나 신혼부부 중에 현실적으로 신혼집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다.

김씨는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은 현실을 생각하는 것”이라며 “결혼했다고 혼인신고부터 하는 건 이제 옛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내가 알아서 똑똑하게 잘 알아보고 해야 이득을 보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김모씨(32·경기 과천 거주)도 “우리는 둘 다 버팀목 대출을 받았다”며 “둘이 합쳐 대출을 받으니 신혼집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인신고를 안한다고 우리가 남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집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혼인신고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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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갖추고 시작하려 해…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 평가 갈려

젊은 세대들이 혼인신고를 미루려는 현상을 바라보는 중장년 세대는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시대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최모씨(49)는 “요즘 세대의 결혼은 확실히 우리 세대와는 다르다”며 “뭐든지 갖추고 시작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학습 효과 아닌가 싶다”며 “우리나라가 IMF도 지냈고 어려운 시기도 몇 번 지내보고 하니 위험한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인 것 같다.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도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게 이득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직장을 오래 다니면 월급도 올라가고 저축을 하면 한 10년 정도 지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이제는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산다고 생각하니 전세금 정도는 마련돼야 결혼을 하고 그러다 보니 혼인신고를 미루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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