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가 정부의 소청과 지원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2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청과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복지부는 전시성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정책 책임자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가 지목한 대표적인 전시 행정 사례는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우)의 임금에 매달 100만 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말 확정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소청과 수련 보조수당 예산으로 44억 원을 배정한 바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1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수련을 마친 뒤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게 문제인데, 수련 중에만 지급되는 월 100만 원의 수당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결국 복지부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돈을 쓸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청과 진료에 대한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의료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소청과의사회는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해 의료진을 형사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 등 보호자들이 소청과 의료진에 대해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의 ‘소청과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소청과는 인턴을 마친 새내기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공 1순위로 꼽히며 과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 정원은 208명이었는데, 뽑힌 인원은 전국에서 33명에 불과했다. 추가모집 성격인 하반기(7~12월)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4명에 그쳐 필요 인원 대비 지원율이 2.8%에 그쳤다. 대표적인 ‘인기 전공’인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지원율이 300%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규 지원자뿐만 아니라 기존에 일하던 레지던트마저 소청과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올해에만 1년 차 전공의 3명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하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청과 전공의 1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데 그쳤다.
임 회장은 “내년도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까지 두 달 남았다”며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지원자들이) 소청과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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