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너질듯 침대 마구 흔들려… 이대로 죽는구나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2일 03시 00분


[모로코 120년만의 강진]
모로코서 귀국 공무원이 전한 참상

“막 잠이 들려 하는데 갑자기 온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흔들림이 느껴져 눈을 번쩍 떴어요.”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모로코를 찾았다가 강진을 경험한 김정훈 경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45)은 11일 귀국 직후 통화에서 “침대가 요동치는데 입에선 ‘억’ 소리도 안 나오더라. 마치 가위눌린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이대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돌이켰다.

6일 모로코에 도착한 김 주무관은 8일 오후 11시경(현지 시간) 진원지에서 75km가량 떨어진 마라케시의 7층짜리 호텔 3층 객실에 머물던 중 지진을 경험했다. 그는 “지진임을 직감한 순간 이불을 말아 머리부터 보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렸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며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진동이 멈춘 후 창문을 열 때는 모두 폐허가 돼 있을까 봐 겁이 났다”고 했다.

객실을 빠져나와 내려가자 로비에는 벽면 외장재가 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자욱했고, 기둥에도 심한 균열이 생겨 위험해 보였다. 김 주무관은 “최근에 지은 호텔이다 보니 내진 설계가 돼 있어 무너지진 않은 것 같은데 피해가 상당했다”고 했다.

지진 다음 날 예정대로 찾은 총회 행사장도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김 주무관은 “균열이 외벽을 따라 큼지막하게 나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서울 정도였다”며 “모로코 현지 건물 상당수가 벽돌이나 진흙으로 지어져 피해가 컸다고 들었다”고 했다.

역시 총회 참석차 모로코 출장 중이었던 전북도 공무원 손민 씨는 “지진 당시 마라케시의 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텔 건물 전체가 흔들려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진동이 한 차례 멈추자 황급히 짐을 들고 밖으로 대피했는데 밖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했다. 손 씨는 “한참 밖을 걷다가 진동이 완전히 멎은 것 같아 호텔로 돌아왔지만 잠을 청할 수 없었다”며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손 씨는 10일 모로코에서 빠져나왔고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현지를 찾았던 한국인들은 80여 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주도 관계자 등 상당수가 비행기표를 못 구해 귀국길에 못 오른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팀은 13일 오전 국내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모로코#120년만의 강진#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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