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소속 6급 공무원은 2017년 4월 태국에서 필로폰 약 10g을 구입해 국내로 반입하려다 김해공항에서 세관에 적발됐다. 현직 공무원이 마약류 밀수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첫 사례였다. 이 공무원은 2018년 1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이후에도 마약 범죄에 연루된 공무원들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 소속 50대 7급 공무원이 벨기에에서 호주 시드니 공항으로 코카인 2.5kg을 밀반입하려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 공무원은 7억 원대 마약을 책과 가방 속에 숨겨 밀수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는 이 공무원을 즉각 직위해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추락사한 현직 경찰관이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공직사회에서 투약뿐 아니라 밀수나 유통 등에 관여한 공무원 마약사범 적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1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공무원 수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반 동안 67명에 달했다. 정 의원은 “공무원 마약범죄는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현직 경찰관까지 마약 범죄에 연루된 상황에서 경찰 내부와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한 집중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교사가 필로폰 투약, 교정공무원이 엑스터시 밀반입
경찰 “공무원 마약사범 5년간 67명” 지자체 공무원 25명 적발 ‘최다’ “공직사회 쉬쉬… 숨은 사범 많아 강력 처벌해 확산 조기 차단해야”
2017년 현직 공무원의 마약류 밀수가 처음 적발된 후 공무원의 마약류 유통, 구입, 투약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이 밀수하려다 적발된 양이 2017년 필로폰 10g에서 지난해 코카인 2.5kg으로 늘어난 것처럼 범죄 수위도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현직 경찰관이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 머물다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마약 범죄에 연루된 공무원을 강력히 처벌해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초등교사·교정직 공무원도 덜미
11일 경찰청이 집계한 ‘공무원 마약류 위반 혐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5년 반 동안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공무원은 총 67명이다. 이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25명(37.3%)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청 소속은 19명(28.4%)이었다.
지자체와 교육청 마약사범이 많은 건 전체 행정부 공무원 115만 명 중 교원이 32%, 지자체 일반직이 27%를 차지하는 탓으로 분석된다. 입법부와 중앙 부처에선 교육부(6명), 법무부(3명), 경찰청 소방청 국회 국방부 국세청(각 1명) 소속 공무원이 적발됐다.
안양교도소 교정직 공무원은 2018년 1월 태국으로부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케타민 0.27g과 엑스터시 2정을 밀반입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에서 케타민 및 엑스터시를 투약했다가 적발됐다. 재판부는 “재소자들의 모범이 돼야 하는 자임에도 수차례 (마약류를) 투약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중랑구 소속 공무원이 코카인과 환각제의 일종인 마약류 LSD를 투약하다 적발돼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현직 공립초등학교 교사가 마약류를 직접 구입한 후 투약했다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7년 7월 초등교사 A 씨는 온라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서울 서대문구, 경기 부천시 등에서 필로폰을 구입해 인천과 서울 일대에서 필로폰, 엑스터시를 투약하다 붙잡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초범이지만 실형을 선고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 “숨어 있는 공무원 마약사범 더 많을 것”
경찰 안팎에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공무원 마약사범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 범죄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다 보니 다른 범죄에 비해 신고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현장에서 붙잡히지 않을 경우 검거가 어려운 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적인 공직 사회 특성상 아직 적발되지 않은 공무원 마약사범 다수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경찰연구학회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에서 마약을 투약했지만 아직 적발되지 않은 사람은 적발자의 28.57배로 추정된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신뢰가 중요한 공직사회의 특성상 범죄에 대해선 함구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의 마약범죄 암수율은 더 높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11일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서 추락사한 현직 경찰관 사건과 관련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정모 씨(45)와 이모 씨(31)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씨는 자신이 월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마약 모임에 제공했고, 이 씨는 마약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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