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매달려 있다가 추락, 아버지 숨지고 아들 중상
유족 "충격 많이 받았을 아이가 가장 걱정"
“엄마, 아빠 장사 갔다 올 거니깐 빨리 집에 가요.”
지난 주말 부산의 아파트 화재 당시 아버지의 품에 안겨있던 아들(4)이 병원에서 엄마에게 한 말이다.
12일 오후 부산의 장례식장에서 부산진구 아파트 화재 사망자의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난 주말 부산진구 개금동의 아파트 7층에서 난 불은 A(40대)씨와 A씨의 장모인 베트남 국적 B(50대)씨의 목숨을 앗아갔고, A씨의 아들에게 중상을 입혔다.
화재 당시 가족은 불길을 피하고자 베란다 창문틀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했으며, 아이는 A씨가 품에 안고 떨어져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아버지 C(60대)씨는 “이제 막 네살 된 아이가 7층에서 떨졌으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아이가 울면서 엄마에게 모두 불타 숟가락도 없는 집에 ‘아빠 장사 갔다 올 거니깐 빨리 집에 가자’고 얘기했다”며 “사고로 불안해진 아이가 엄마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아침 일을 하고 들어온 A씨는 B씨, 아들과 함께 집에 있었고 아내는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었다. A씨의 아들은 이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1차 수술을 받았고, 13일 추가 수술이 예정돼 있다.
C씨는 “오늘 오후 입관식을 하고 나니 가슴을 도려내는 기분이다. 내 자식도 그렇지만 사돈어른이 정말 안타깝다. 아이 부부의 육아를 도우러 타지까지 와서 사고를 당해 정말 미안하다”며 “아들 부부는 둘이 가게를 차려서 새벽부터 나가 장사를 했다. 정말 성실하게 살아왔다. 늦은 나이에 장가간 아들이 자식을 애틋하게 잘 보살폈다”고 했다.
이어 “유치원에서 또래랑 활발히 잘 놀던 손자가 가장 걱정된다. 마음에 상처를 크게 안 받고 잘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새까맣게 재만 남은 집으로 돌아갈 A씨의 아내와 아들이 장례 이후 머물 거처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아파트 주민 D(80대)씨는 “성실하고 친절한 가족”이라면서 “병원비와 집 복구 비용이 걱정된다. 아이가 퇴원한 뒤 엄마와 같이 지낼 곳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부산시와 부산진구청, 부산진구다문화센터 등은 남은 A씨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는 다리 골절 등 중상으로 수술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 아들을 위해 지역 내 유관기관과 의료비 지원을 협의하고 있다.
또 부산형 긴급복지 지원과 화재 상해사망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국민안전보험을 통한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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