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이는 수장고’ 조성
2028년까지 정보사 부지에 건립
공예-조각-회화 등 10만 점 공개
네덜란드 로테르담 ‘개방형 수장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개방형 수장고’ 보이만스 판뵈닝언의 전경. 유리로 된 바닥을 통해 관람객들은 소장품의 밑면까지 훤히 볼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28년까지 서초구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에 ‘보이는 수장고’(가칭)를 조성하기로 했다. 박물관 및 미술관의 소장품을 저장하는 수장고를 열린 공간으로 지어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모든 소장품 공개하는 ‘열린 수장고’
서울시는 12일 서초구 옛 정보사 부지에 들어설 ‘보이는 수장고’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수장고는 박물관 및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일종의 금고다. 새 수장고는 5800㎡(약 1760평) 면적에 1260억 원을 들여 조성된다. 민간 컨소시엄 SBC PFV가 진행 중인 개발사업 부지 일부에 수장고를 조성하고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수장고는 도난 또는 변질 우려로 대중에게 잘 공개되지 않았다. 시 소속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보유한 작품 45만 점(올 6월 기준) 중 전시 또는 공개된 작품은 약 5%에 불과했다. 나머지 작품들은 연구자와 관계자 등 소수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수장고는 수장고에 저장되는 모든 소장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등이 일부 층을 ‘보이는 수장고’로 운영하고 있지만, 수장고 전체를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세계 박물관 운영의 패러다임이 ‘관리’, ‘수집’에서 ‘개방’, ‘활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혁신적 디자인 적용해 랜드마크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개방형 수장고인 ‘보이만스 판뵈닝언’을 방문해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작품 약 15만 점이 적당한 온도 및 습도에 따라 5개 구역에 나뉘어 보관돼 있다. 관람객들은 소장품 사이에 조성된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유롭게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작품의 보존 및 복원 과정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시는 새 수장고에 공예·조각·회화·고고 분야 소장품 약 10만 점을 보관·공개할 계획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등이 소장한 자료 중 학술·심미적 가치가 높지만 미처 선보이지 못했던 작품들을 적극 선보인다는 것이다. 소장품을 보존 처리하는 공간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시 관계자는 “소장고를 적극 활용하면 시 소장품의 공개율을 현재 약 5%에서 약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수장고에 혁신적 디자인을 적용해 건물 자체를 하나의 ‘종합예술’로 구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둥근 냄비 형태의 외벽에 1664개의 미러 글라스가 붙은 판뵈닝언의 수장고처럼 건축적 가치가 뛰어난 건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헤르조그 드뫼롱사(스위스), 판뵈닝언 수장고를 설계한 MVRDV사(네덜란드), 201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유현준 건축가 등 7팀을 초청해 설계 공모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공개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친 뒤 연내에 설계자를 선정한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개방형 수장고는 지금의 시대를 선도하는 아이콘”이라며 “보이는 수장고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창의적 건축물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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