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서 신고 접수돼 정부서 조사
목재 구조물-가로수까지 먹어
“5월 발견된 종보다 피해 클 수도”
온난화로 외래종 번식 지속 증가
국내 학명조차 없는 외래 흰개미가 계속해서 출현하고 있다. 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주택에서 흰개미 1마리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11일 조사에 나섰다. 5월 서울 강남구에서 외래 흰개미가 출현한 지 넉 달 만이다.
이번에 신고된 흰개미는 실내외 목재 구조물을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등에서 연간 2억5000만 달러(약 3320억 원)의 피해를 입히는 마른나무흰개밋과(科)에 속하는 서부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5월에 발견된 흰개미와 친척뻘이지만 보다 강한 해충이라 피해 정도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5월 흰개미보다 ‘강한 벌레’
최근 신고된 흰개미와 5월에 발견된 흰개미는 모두 마른나무를 좋아하는 마른나무흰개밋과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목재 건축물 및 자재에 피해를 끼치는 ‘골칫덩이’로 여겨져 5월 서울에 흰개미가 출현했을 때도 우려가 컸다.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는 앞서 발견된 흰개미보다 서식지가 광범위하고 방제도 어렵다. 5월 흰개미는 습기에 취약해 건조한 실내에서만 서식하며, 한 집단의 개체 수가 1∼200마리 수준이다. 최근 발견된 흰개미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서식한다. 2000마리 이상이 한 집단을 이룬다.
국내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예를 보면 실외의 공원 나무 벤치나 덱, 울타리 등 목재로 된 구조물뿐 아니라 습기에도 저항성이 있어 살아있는 가로수도 갉아 먹는다”며 “5월 흰개미는 전통 한옥 등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실내에서만 활동한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이번 흰개미는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종”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캘리포니아주 목재 건축물에 피해를 입힌 생물의 약 55%가 해당 흰개미였다.
방제도 어렵다. 5월 서울 흰개미는 추위에 약하다. 실외에서 살 수 없는 특성을 이용해 겨울철 방문이나 창문을 열어 실내 온도를 영하로 낮추면 박멸할 수 있다. 비교적 방제가 쉽다는 것이다. 5월 당시에도 실내에서 159마리 개체를 확인한 후 박멸했다. 그러나 이번 흰개미는 목재뿐 아니라 실내 건물의 스티로폼 단열재 사이에서도 살 수 있어 방역은커녕 탐지도 쉽지 않다. 이미 주택 외부에서 군집을 이루고 생식 비행을 하고 실내로 유입된 것으로 보여 국내에 안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교수는 “주 서식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부터 남부인 플로리다주, 인근 조지아주까지 번졌다”고 설명했다.
● 기후위기에 외래 생물 유입-안착 늘어날 듯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온난화로 흰개미를 포함한 외래 곤충이 번식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원훈 경상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이 추워 따뜻한 동남아에서 벌레들이 들어왔을 때 서식이 불가능했다”며 “겨울 기온이 오르는 추세인 데다 따뜻한 남부지방은 살기 더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외래 흰개미는 대부분 해외에서 목재 가구나 자재를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5월 발견된 흰개미 역학조사에서 정부는 최소 5년 전 흰개미에 감염된 목재 건축자재나 가구를 통해 유입된 후 그동안 따뜻한 실내에서 생존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된 외래종(동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653종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해 왔다. 외래종 중 한국 생태계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707종(26.6%)에 이른다.
최근 나무 수액을 빨아먹는 ‘갈색날개매미충’이 육지에서 제주까지 서식지를 넓혔고,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빗살무늬미주메뚜기’ 등이 울산에서 발견되는 등 해를 끼치는 곤충이 늘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외래종이 유입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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