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이 김인섭 챙기라 지시…백현동 사업 배제는 ‘2층’ 뜻”

김인섭 재판 백현동 사업 실무자 증인신문
"정진상, '김인섭 챙겨줘라' 술자리서 지시"
"김인섭도 '2층에서 잘해보라 했다' 말해"
"성남도개공 빠진 것도 '2층' 의중 반영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백현동 사업 담당자에게 직접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백현동 사업을 잘 챙겨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당초 공영개발로 가닥이 잡혔던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가 배제된 배경에도 정 전 실장 등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김 전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공판에서 성남시 공무원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 도시계획과에 근무하면서 백현동 사업 관련 용도변경 절차 등을 담당했다.

김씨는 정 전 실장으로부터 김 전 대표 관련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4년 11월 도시계획팀장 승진 이후 정진상이 술자리로 불러 ‘김인섭이 하는 백현동 사업을 잘 챙겨줘라’고 지시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김인섭도 증인을 불러 ‘2층에서 잘해보라고 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이재명과 정진상이 김인섭의 백현동 사업을 밀어주기 위해 친분이 있는 증인을 팀장직에 앉힌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긍정했다.

그는 백현동 사업 관련 용지비율 업무를 맡으면서 민간업자들의 요구를 거절하자 정 전 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도 했다.

당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식품연구원 부지개발 관련 용지비율 관련 주거 용지와 연구개발(R&D) 용지 비율이 6대4가 되도록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정 전 실장으로부터 민간업자들의 요구대로 처리해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정진상이 직접 전화해 백현동 사업 관련 (민간) 개발업자가 요구하는 대로,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란 질문에 김씨는 “그렇게, 비슷하게 들었다”고 답했다.

또 “2층에서 챙기는 사업이니 당연히 챙겨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 것이 맞느냐”라는 질문에도 “사실이다”고 했다. 성남시 내 2층은 당시 이재명 시장실이 위치한 곳으로 이 시장과 정 전 실장 등 측근을 뜻하는 은어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이 같은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지시로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으며,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정진상이 2인자였으나 백현동 관련 인가 결정을 단독으로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각각 “직접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 대표 역시 이를 수용했을 것이라는 취지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시장직을 맡았던 이 대표가 공영개발을 강조해 온 것과 달리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개공이 빠지게 된 것 역시 이 시장과 정 전 실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그는 이 대표가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공사 측 참여를 전제해 백현동 사업을 결재했지만, 결국 공사가 사업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2층에서 공사를 빼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검찰이 “민간의 단독 개발은 이재명 시장이 강조해 온 공영개발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 조항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란 질문에도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김 전 대표가 성남시에 로비한 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서 배제돼 민간업자가 700억대 배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청탁 또는 알선한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77억원 및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백현동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김 전 대표가 특정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