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실종자 가족 한 명이 수색 현장 인근에서 한참 멍하게 구조 작업을 지켜보더라고요.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땀을 닦는 척하면서 얼굴을 비볐어요.”
두 달째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휘 중인 이종만 경북소방본부 현장지휘팀장은 12일 오전 상주시 낙단보에 설치된 실종자 수색본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대화하다 말을 잇지 못했다. 올 7월 경북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25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실종됐다. 남은 실종자는 7월 15일 예천군 벌방리마을에서 실종된 주민 김모 씨(69)와 윤모 씨(63·여)다.
수색팀은 중장비를 동원해 마을을 뒤덮은 흙을 파내고 탐침봉으로 땅을 찌르며 주변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같은 흙무더기를 4, 5차례나 파냈지만 흔적을 못 찾았다. 흙더미와 함께 흘러내려간 것으로 보고 인근 하천도 여러 차례 수색했다.
수색 범위를 넓히다 보니 지금은 산사태 지점부터 100km 가량 떨어진 낙동강 지역을 수색 중이다. 두 달 동안 투입된 수색 연인원은 12일까지 9979명, 장비는 4676대에 달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13일로 투입된 연인원이 1만 명을 넘었다”고 했다.
지난달 14일부터는 드론과 보트, 수중탐지기로 강물 속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하늘 위에선 드론이 계속 비행하며 부유물이 있는지 살폈다. 구조대원들은 땀을 흘리며 수변 풀숲을 뒤졌다. 한 구조대원은 “몇 주 전까지 폭염 때문에 힘들었는데 최근 날씨가 부쩍 선선해져 힘을 내고 있다”며 했다.
물 위에선 구조보트가 천천히 이동하며 수중탐지기를 통해 물 속을 살피고 있었다. 물 속으로 음파를 쏴 반사하는 음파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모니터에서 사람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포착되면 잠수부를 투입해 바닥을 뒤진다. 한 구조대원은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라도 발견하고 싶은데 그런 경우가 드물어 안타깝다”고 했다. 구조당국은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실종자들이 물 위보다 물 속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당국은 수색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마네킹까지 동원했다. 마네킹을 강물 아래 가라앉히며 수중탐지기에 어떤 형태로 보이는지를 확인한 후 수색하는 방식이다.
정확하게 수색하다보니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이날도 소방대원 85명과 장비 51대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동원됐지만 낙동강 2km 구간을 수색하는 데 그쳤다. 조재형 경북소방본부 구급자원팀장은 “오랜 수색에 대원들도 지쳤지만 실종자 가족의 힘든 마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반드시 실종자를 찾아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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