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1차 추돌사고로 에어백이 터졌는데도 과속 질주를 멈추지 않은 채 2차 추돌사고를 일으킨 8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해당 운전자는 27년간 20건의 인명 피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운전면허 정지 처분만 5차례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재판부는 운전자가 고령이며 배우자가 치매를 앓는 점 등을 고려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박현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80)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명령하면서 ‘운전은 하지 말고 준수사항을 잘 이행하라’고 당부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18일 오전 9시 50분경 승용차를 몰고 원주시 지정면 광주원주고속도로 광주방면 48km 지점에서 시속 122km의 과속으로 운행 중 앞서가던 B 씨(36)의 이스케이프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과속 주행으로 1차 추돌사고로 에어백에 터진 상태에서도 계속 과속 도주하다가 2차 추돌사고까지 일으켰다”며 “과거 교통사고 전력 등으로 볼 때 준법 운전 의지 및 능력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고령으로 질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배우자 역시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어 피고인이 구금 생활을 감내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해 보이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접촉 사고를 낸 A 씨는 승용차 에어백이 터져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차량을 멈추지 않은 채 시속 121km의 과속으로 주행해 앞서가던 C 씨(40)의 BMW 승용차를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냈다.
A 씨가 낸 사고로 이스케이프 승용차 운전자 B 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BMW 승용차는 터널 벽면까지 연쇄 충격해 운전자 C 씨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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