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고열” 119에 2시간 거리 병원행 요구…거절하자 “애 잘못되면 책임져”

  • 뉴스1
  • 입력 2023년 9월 14일 10시 43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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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고열에 시달린다며 119를 부른 부모가 2시간 거리의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고집을 부린 사연이 전해졌다.

119구급대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제가 잘못한 건가요?”라며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그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저녁 9시쯤 4세 남자아이의 고열 신고가 들어왔다”며 “현장에 갔더니 (부모가) 3시간 전부터 열났고 해열제 한 번 먹었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아이의 체온은 38.8도였으나 맥박과 호흡, 혈압 등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때 부모가 “아이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다. (평소) 강남삼성병원으로 다니니 거기로 당장 빨리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단순 고열이고 아직 해열제 한 번밖에 안 먹였으니 추후 지켜보고 날 밝으면 그 병원에 가라”고 안내했다. 동시에 “지금 너무 불안하시다면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는 “안 된다. 아이 진료 기록이 다 그 병원에 있다”면서 강남삼성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A씨는 “가는 데 2시간 넘게 걸리고 관내를 그렇게 오래 못 비운다”면서 “진짜 가고 싶으시면 비용 지불하고 사설 구급차 타라. 우린 단순 고열은 원래 이송도 안 해주지만, 그나마 아이라서 근처 병원으로 이송해주는 것”이라고 거절했다.

그러자 부모는 녹음기를 켜고 A씨의 소속과 이름을 묻더니 “아이 잘못되면 다 당신 책임”이라며 “국민신문고와 소방서 찾아가서 민원 넣을 거다. 그래도 안 갈 거냐”고 따졌다고 한다.

(블라인드 갈무리)
(블라인드 갈무리)
참다못한 A씨는 “근처 병원에도 안 가신다는 거로 알고 돌아가겠다”면서 현장을 떠났다. 그는 “아이 엄마, 아빠들이 보기에 어떠냐. 출동 나간 저와 동료는 미혼이라 아이 아플 때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잘못한 거냐”고 물었다.

이 글에 첨부된 투표를 보면, 14일 기준 누리꾼 6332명 중 96.8%(6127명)는 ‘아이 부모가 진상’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반면 ‘부모 입장에서 보면 구급대원들의 대처가 너무했다’는 답변은 3.2%(205명)에 불과했다.

누리꾼들은 “그리 귀한 아이한테 돈 써서 사설 구급차 부르기는 싫었나 보다”, “병원 지정하고 싶으면 사설 구급차 타거나 자기들이 운전해서 데려가는 게 맞지”, “119가 택시냐. 정말 응급 환자만 써야 한다”, “2시간 넘게 걸리는 곳 가다가 문제 생기면 그때는 가까운 병원으로 바로 안 갔다고 뒤집어씌울 사람들” 등 공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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