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최대 300% 재건축 밑그림
세차례 보류끝 6년 만에 통과
주거용도 제한 풀려 토지개발 용이
공공보행로-공공시설 설치 쉬워져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재건축 밑그림이 47년 만에 만들어졌다. 실현될 경우 준공 40년 넘은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 일대가 1만4520채의 초고층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 용적률 최대 300%, 50층까지 가능
서울시는 13일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및 청담동 일대의 24개 아파트 단지와 대림빌라트 부지로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아파트 단지로는 현대 1∼14차, 미성 1·2차, 한양 1∼8차가 포함된다.
기존 아파트지구는 1970, 80년대 고도성장기에 대규모 아파트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주택용지에는 상가 없이 주택만 배치해야 하고, 상업용지에는 주거용 건물을 올릴 수 없는 등 토지 이용에 제한이 많았다. 1976∼1987년 조성된 압구정 아파트지구 역시 이 같은 규제 때문에 재건축이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03년 아파트지구를 국토계획법에서 삭제했고, 서울시도 지난해 말 발표한 지침을 통해 남은 아파트지구 14곳을 내년 상반기까지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 중이다.
아파트지구가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되면 노후 아파트를 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통과된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압구정 1∼6구역은 최대 300%의 용적률이 적용돼 50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2∼5구역의 경우 이미 7월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재건축 계획이 확정됐는데, 신통기획을 신청하지 않은 1·6구역도 고층 재건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압구정 지구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현재 1만348채가 1만4520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아파트지구는 옛날 제도라 도시를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부족함이 많다”며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기부채납이나 공공임대주택 등을 포함해 디테일한 토지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되면 기존에 상업 기능만 허용됐던 ‘중심시설용지’를 주거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개발 잔여지’에는 기존에 허용되지 않던 비주거 용도의 건축도 가능해진다. 또 공공보행통로나 공공시설 등의 설치도 수월해진다. 예컨대 압구정 아파트단지 북쪽으로 지나가는 올림픽대로 위에 한강공원과 단지를 연결하는 보행통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다만 중심시설 용지를 주거용도로 활용하려면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개발이익의 5∼10% 범위 내의 공공기여도 해야 한다.
● 6년 논의 끝에 결론
압구정 지구 재건축안은 2017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세 차례 보류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개정된 ‘아파트 지구단위계획 전환지침’을 반영해 계획을 보완하면서 이번에 6년 만에 심의를 통과하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집값 상승 우려에 따라 재건축이 억제됐지만 지금은 신통기획을 비롯해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시는 주민 재열람 공고를 거쳐 연내에 압구정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을 최종 결정 고시할 예정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오랜 기간 표류해 온 압구정 재건축 현실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장은 “지구단위계획구역 전환으로 압구정 재건축의 법적 토대를 갖추게 됐다”며 “앞으로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빠르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