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변호해 준 여성 변호사가 만나주지 않는다며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일반건조물방화예비, 특수강요미수, 스토킹 처벌법 위반,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을 받는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다만 일반건조물방화예비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일반건조물방화죄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지만,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화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변호사 B 씨를 찾아가거나 휴대전화로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15회에 걸쳐 스토킹한 혐의를 받았다.
B 씨는 A 씨가 2014년 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받을 당시 국선변호인이었다. A 씨는 2021년 3월 출소한 뒤 B 씨를 이성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B 씨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지난해 9월18일 경남 진주에 있는 B 씨의 사무실에 기름통을 들고 찾아가 불을 지르려 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A 씨는 기름통을 사무실 책상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은 뒤 ‘너희 사무실에 기다리고 있다. 안 만나주면 불을 지르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B 씨의 휴대전화로 보냈다. 실제로 불을 지르지는 않았다.
검찰은 A 씨가 방화 목적으로 B 씨 사무실로 찾아갔다고 보고 일반건조물방화예비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1심은 기름통은 오토바이에 주유할 목적으로 소지한 것으로 보이는 등 방화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방화예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스토킹 처벌법 위반, 특수강요미수,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검찰은 A 씨가 경유가 든 플라스틱 통을 들고 피해자 사무실 안까지 침입한 점, A 씨가 지정한 시간까지 피해자가 오지 않는다면 사무실을 불에 태울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보면 방화를 실행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과 A 씨가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보고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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