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은 되는데 왜 우리집은?”…복지부, 비대면진료 개선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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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15일 09시 36분


서울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대상 초진 환자의 기준을 넓히고, 초진 가능 지역 범위 등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안을 내놨다. 또 재진 기준 개선 방안과 의사의 비대면진료 거부 지침 규정 명확화 등 그동안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했던 사안에 대해서도 대책안을 발표했다.

15일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었던 지난 6월 실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15만3339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시행했던 2020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의 월평균 22만2404건의 6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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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는 재진이 12만6765건으로 82.7%를 차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만성질환자가 6만1514건(48.6%), 그 외 질환자가 6만5134건(51.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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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가 16.8%(2만5785명), 50대가 15.4%(2만3589명), 0~9세가 12.4%(1만9082명), 80세 이상이 12%(1만8387명) 순이다.

초진은 2만6511건(17.3%)이었는데, 그중 18세 미만이 4740건(17.9%)으로 1위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는 1300건(4.9%)으로 뒤를 이었다.

다빈도 질환을 보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감기 등 경증 질환을 앓는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많이 이용했다.

◇비대면진료 초진환자 범위 확대…재진 기준도 개선

복지부는 14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 환자·소비자 단체 등을 한자리에 모아 비대면진료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1
복지부는 14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 환자·소비자 단체 등을 한자리에 모아 비대면진료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1
복지부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초진환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재진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재진 환자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 거주자 △노인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한해서는 초진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복지부 개선안은 먼저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만 초진이 가능했던 기준을 ‘의료취약지’로 넓힐 계획이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섬?벽지 지역이 협소하게 규정돼 같은 지자체 내에서도 누구는 비대면진료를 받고, 누구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같은 인천 강화군이지만 교동도 주민은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지만, 서검도 주민은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는 섬·벽지가 아니더라도 의료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들이라면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야간·휴일·연휴 때도 초진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야간·주말·공휴일에는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한정적이라 초진 진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대면진료는 재진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제도 자체가 무용하다는 것이다.

재진 기준도 개선한다. 현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한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11개 질환에만 국한돼 있다.

그러나 고지혈증, 위-식도 역류증, 전립선비대증 등과 같이 만성질환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약 복용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 대면진료를 받고 30일이 지난 경우 진료 기록이 있는 재진 환자임에도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없는 사례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진 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 비대면진료 실시 여부도 의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마련한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환자가 신청하면 의사는 의료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비대면진료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진료 과정에서는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 규정으로 인해 환자의 요청을 거절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있어 왔다.

의료계·의약계, 복지부 개선안에 더 ‘발끈’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개선 방안에도 의료계·의약계는 여전히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14일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며 “비대면진료는 보조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하고, 특히 초진은 굉장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주장했다.

박재은 대한내과의사회 부회장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비대면진료의 위험성과 책임소재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박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비대면 진료를 본 적이 있는데, 당시 두 명의 환자가 폐렴으로 진행된 걸 몰랐다”며 “내과의사회에서 500여 명의 의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95%가 초진은 해선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오히려 초진 대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도 비대면진료에서의 약 처방 오남용 문제를 지적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처방 중 비급여 의약품은 57.2%를 차지했고, 그중 사후피임약이 34.6%로 가장 많았다”면서 “처방전 진위여부와 본인확인 등이 어렵다는 점 등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접근성 제고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시범사업 개선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현장에서 제시되는 시범사업 개선 요구를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검토해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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