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배송 고객인 70대 노부부를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인 40대 택배기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6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김형진)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41)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9월 12일 오전 강원 홍천군에 있는 70대 B 씨 부부의 전원주택 거실로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 흉기를 손에 든 채 “3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며 신용카드 1개를 가로채고, B 씨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생활고를 겪던 A 씨는 택배 배송 고객인 B 씨의 집에 외제 차량이 주차돼 있고 평소 택배물을 많이 배송받는 점을 미루어 보아 재력이 있다고 생각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범행 당시 A 씨는 B 씨에게 카드를 건네받고 B 씨 양손을 묶은 뒤 B 씨 아내 C 씨를 데리고 다른 금품을 찾으려 했다. 이때 B 씨가 묶인 손을 풀고 달아나려 하자 A 씨는 몸싸움을 벌이다 B 씨로부터 손가락을 깨물린 후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번 때렸다.
A 씨는 신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방진복까지 입는 치밀함을 보였다. 돈을 요구할 때는 ‘아들 수술비’를 운운했으나 조사 결과 거짓말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B 씨의 상해는 경미해 자연적으로 치유가 가능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이므로 강도상해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춘천지법은 “인적 사항을 드러내지 않을 방진복까지 준비한 뒤 저지른 계획적인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후 A 씨는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이유 및 동기, 범행 대상의 특정 경위,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행 준비 등에 비춰보면 그 죄책이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피고인이 강도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 피해자들에 사죄의 뜻을 밝히는 점,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이 법원에 이르러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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