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표 없어 천안까지 택시 타야할 판” 철도파업에 시민들 불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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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 나흘째 이어진 17일 서울역 전광판에 열차 운행 중단 안내문가 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본인 사업 파트너와 함께 중요한 회의에 가야 하는데 KTX 표가 없어서 택시를 대절하게 생겼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매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이재영 씨(40)는 천안아산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하소연했다. 이 씨는 “평소에는 매표소에서 표를 쉽게 구했는데 철도 파업 여파로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기차로 가면 1인당 1만4000원이면 되는데 택시비로 10만 원 이상 들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인 이날 시민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열차 운행률은 KTX 76.5%, 수도권 전철 83.8%, 화물열차 47.4%에 그쳤다. KTX 10대 중 2대가 운행을 멈추면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여행객이 속출했다.

17일 저녁 충북 오송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용산역을 찾은 김모 씨(68)는 원하는 시간대 열차표를 못 구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열차가 매진이라 결혼식에 못 가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 씨(30)는 “이번 주말에 대구의 유명 빵집에 놀러 가려고 했는데 대구행 열차가 다 매진이라 포기했다”고 했다.

14일부터 이날까지 파업 기간 동안 물류·화물 열차 운행량은 기존 일평균 117회에서 38회까지 감소했다. 피해액은 약 75억 원으로 추산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역을 방문해 파업 상황을 점검하며 “(철도노조가) 전혀 검토한 적 없고 실체도 없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는데, ‘파업을 위한 파업’을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철도노조는 총 170일 태업을 했다. 평균 8.7일에 한 번꼴이다. 연도별 태업 일수는 2019년 55일, 2020년 16일, 2021년 72일, 지난해 19일, 올해 8일이었다. 태업으로 열차가 지연된 총 시간은 760시간에 이른다. 열차 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은 총 11억5100만 원이다.

철도노조는 18일 오전 9시 이번 파업을 종료하지만 2·3차 파업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이날 “정부, 노조 측과 긴밀히 협의해 추석 전 2·3차 파업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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