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사업 파트너와 함께 중요한 회의에 가야 하는데 KTX 표가 없어서 택시를 대절하게 생겼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매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이재영 씨(40)는 천안아산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하소연했다. 이 씨는 “평소에는 매표소에서 표를 쉽게 구했는데 철도 파업 여파로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기차로 가면 1인당 1만4000원이면 되는데 택시비로 10만 원 이상 들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인 이날 시민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열차 운행률은 KTX 76.5%, 수도권 전철 83.8%, 화물열차 47.4%에 그쳤다. KTX 10대 중 2대가 운행을 멈추면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여행객이 속출했다.
17일 저녁 충북 오송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용산역을 찾은 김모 씨(68)는 원하는 시간대 열차표를 못 구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열차가 매진이라 결혼식에 못 가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 씨(30)는 “이번 주말에 대구의 유명 빵집에 놀러 가려고 했는데 대구행 열차가 다 매진이라 포기했다”고 했다.
14일부터 이날까지 파업 기간 동안 물류·화물 열차 운행량은 기존 일평균 117회에서 38회까지 감소했다. 피해액은 약 75억 원으로 추산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역을 방문해 파업 상황을 점검하며 “(철도노조가) 전혀 검토한 적 없고 실체도 없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는데, ‘파업을 위한 파업’을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철도노조는 총 170일 태업을 했다. 평균 8.7일에 한 번꼴이다. 연도별 태업 일수는 2019년 55일, 2020년 16일, 2021년 72일, 지난해 19일, 올해 8일이었다. 태업으로 열차가 지연된 총 시간은 760시간에 이른다. 열차 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은 총 11억5100만 원이다.
철도노조는 18일 오전 9시 이번 파업을 종료하지만 2·3차 파업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이날 “정부, 노조 측과 긴밀히 협의해 추석 전 2·3차 파업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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