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에서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5구가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3.9.15 뉴스1
전남 영암군 일가족 사망 사건을 두고 50대 가장이 부인과 세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소견이 나왔다. 가장 김모 씨(59)는 성범죄 혐의로 입건돼 다음 달 초 경찰 조사를 앞둔 상태였다.
17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1차 부검에선 15일 숨진 채 발견된 김 씨가 음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김 씨의 부인(56)과 중증 장애가 있는 20대 아들 셋은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됐다. 사망한 부인의 몸에는 반항 흔적이 있었지만, 세 아들의 몸에는 반항 흔적이 없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흉기 1개와 내용물이 30%가량 남은 독극물 1병을 발견했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김 씨가 가족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독극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반항 흔적이 없는 세 아들은 흉기에 찔리기 전 수면제나 독극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다음 달 5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씨는 성범죄 수사 대상이 된 것을 두고 주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한 이웃 주민에게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걸 아내가 알게 되면 가족 4명을 모두 죽이고 나도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농사일을 하고 가끔 일용근로자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김 씨의 세 아들은 모두 지적장애가 있었고, 부인도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성범죄 때문에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가족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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