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살인’ 주장 정유정, 첫 공판서 ‘계획 범죄’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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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2023.6.2/뉴스1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2023.6.2/뉴스1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우발적 살인’ 주장을 번복하고 계획된 범행이었음을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8일 부산법원청사 354호에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정유정은 연녹색 수의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정에 나왔다. 정유정은 이날 인적사항이 맞는지 등을 묻는 재판부에 “네”라고 짧게 대답한 뒤 공판 내내 침묵을 유지했다. 정유정의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 때 언급했던 ‘계획 범죄가 아니다’란 말을 철회한다.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달 28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다. (사회에) 불만을 품고 살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정유정에 대한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재판부에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또래 과외 여성 A 씨를 살해하기 전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54명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중 여성이면서 혼자 사는 A 씨를 표적으로 삼았다. 정유정은 A 씨의 집을 방문한 기록을 폐쇄회로(CC)TV 등에 남기지 않기 위해 승강기를 타고 A 씨의 거주지보다 한층 높은 곳에 내려서 계단으로 이동했다. 밖으로 나올 때는 계단으로 한 층을 내려와 승강기에 탑승하기도 했다. 다음 달 16일 오전 열릴 2차 공판에서 정유정의 할아버지에 대한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강력범죄의 모방범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이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의 모방범죄라는 보도가 나온 뒤 마음이 무겁다”며 “재판을 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런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정 공판을 담당 중인 재판부는 서면 돌려차기 사건도 맡은 바 있다. 재판부는 “경각심을 주는 것이 아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보도가 계속된다면 다음 공판의 공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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