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콜롬비아-우크라-한국順”
NYT “과거 해외입양 진상 규명을”
복지부 “2010년후 입양아동수 급감
2025년 ‘헤이그 협약’도 비준 전망”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한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정책에 앞서 ‘낳은 아이부터 잘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매년 전 세계 입양 통계를 집계하는 국제 비정부기구(INGO)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해외 입양 아동 수가 266명이다. 콜롬비아(387명), 우크라이나(277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로 꼽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25전쟁 이후인 1953년 이래 약 20만 명의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다”고 지적하며 “한국은 세계 최대 해외 입양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총 16만8427명이다. 이 중 16만3696명은 1958∼2010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이다. 그 이후로는 △2011년 916명 △2015년 374명 △2019년 317명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로 아동 수가 줄다 보니 해외 입양도 함께 줄고 있다”고 말했다. NYT가 1953년부터 집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의 집계와도 비슷한 규모다.
NYT는 과거 ‘수출 산업’ 성격으로 이뤄진 한국의 해외 입양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어 “한국의 ‘아기 수출’이 처음에는 뿌리 깊은 외국인 혐오와 혼혈아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를 미국으로 떠나보내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후 산업화 시기인 1960년대 말부터는 미혼모 아이의 해외 입양이 많아졌고, 1970년대에는 입양 관련 기관들이 돈벌이 목적으로 서류를 위조하거나 심지어 친부모도 모르게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덴마크 입양인들로 구성된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지난해 8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아기 수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 관련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입양 아동을 보호하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헤이그협약)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입양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 및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이 협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는데도 법적 정비가 지연되면서 협약을 비준하지 못했다.
헤이그협약의 주요 내용은 국내에서 입양 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해외 입양을 허용하고, 입양 절차의 전반을 민간 기관이 아닌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올해 6월에야 ‘국제 입양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준의 기틀이 마련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안이 시행되는 2025년 7월에 맞춰 헤이그협약을 비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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