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10명중 4명은 연초-전자담배 ‘다중 흡연’…액상형 규제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0일 15시 35분


2023.5.31/뉴스1
2023.5.31/뉴스1




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규제 사각지대에서 ‘다중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행태 및 조사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다중 흡연자의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62%),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58%), 일반담배 흡연자(46%) 순으로 높았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되거나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74.2%는 ‘건강을 생각해서 핀다’고 했고 64%는 ‘금연을 위해 핀다’고답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이 되며, 남에게 피해도 덜 준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담배사업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사용해야 담배로 정의된다. 즉 담뱃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각종 담배 규제를 피해 판매되고 있다.

이날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시장과 사용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가 신종마약을 흡입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담배가 정의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며 “담배 원료의 종류, 니코틴 종류와 함량 등과 상관없이 담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담배 제품이 출시되면서 담배 산업이 팽창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이 가향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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