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141명 징계… 기강 해이 ‘심각’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2017년 부활 이후 징계 최다
음주운전-갑질-성 비위 등 다양
“감찰-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청 청사 전경. 해양경찰청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청 청사 전경. 해양경찰청 제공
비위 행위를 저질러 징계 받은 해양 경찰관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참사’로 해체됐다가 부활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141명이 징계를 받으면서 공직 기강 해이 문제가 한계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5일 전남 목포시의 한 상가 화장실에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이던 30대 A 전 순경이 약 2개월간 교제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도 유단자였던 A 전 순경은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을 한 여자친구를 뒤따라간 뒤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달아났던 A 전 순경은 같은 날 인근의 한 안마시술소에 있다가 경찰에 체포돼 최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해경은 A 전 순경에게 공무원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파면 조처를 내렸다.

또 이달에는 부산에서 2년 전 음주운전으로 계급이 강등됐던 해양경찰관 B 전 경장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했다가 파면되기도 했다. B 전 경장은 2021년 5월 부산에서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붙잡혀 해경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인사 소청을 통해 계급 강등 징계를 받았다가 지난달 또다시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해양 경찰관은 모두 278명이다.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88명)과 감봉(73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징계 중에는 정직이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임 25명, 강등 23명, 파면 5명 순으로 많았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57명이 징계를 받았고 2021년에는 80명, 지난해에는 14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해양경찰청이 부활한 2017년 이후 징계를 받은 해양 경찰관이 100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도 이미 80명이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최근 3년간 징계 사유를 보면 음주운전과 직장 내 갑질로 징계를 받은 경우가 각각 36건이었고, 성 비위 문제가 29건이었다. 금품 향응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도 15건이었다.

안병길 의원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해경 공직 기강 해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해상 치안의 최후 보루인 해경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부 통제시스템을 더욱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경 관계자는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 등 주요 비위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불시 감찰 활동을 하고, 고강도 공직 복무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전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엄정한 공직 기강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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