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활동 보여주려 거짓 구직
자격요건 안맞는 업무 지원하고
면접 불참해 불합격후 급여 신청
“실업급여가 구직의욕 떨어뜨려… 재취업률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을”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 이모 씨(38)는 올해 4월 관할 고용센터에 ‘○○ 정밀회사의 단순업무직에 지원했다’는 면접확인서를 제출했다. 실업급여는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되기 때문에 구직 관련 활동을 해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확인서의 인사담당자 서명 필체는 이 씨의 필체였다. 이상하게 여긴 센터가 확인한 결과 이 씨가 거짓으로 확인서를 꾸며 허위 구직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간 실업급여 수급자가 160만∼170만 명 규모로 늘어난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허위나 형식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이 같은 사례가 적발된 것만 4만6909건이다. 적발되지 않은 것들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 급여 타내려 ‘무늬만’ 구직활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허위 또는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하다가 경고를 받은 사례는 4만5222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사례는 1687건이었다. 허위 구직활동을 하다가 처음 적발되면 해당 회차(통상 28일 치 급여)를 받지 못하고, 2번째 적발되면 남은 기간 급여 지급이 아예 중단된다. 형식적 구직을 한 사람도 처음에는 경고를 받고, 2번째는 해당 회차 급여를 못 받는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180일 이상 일한 뒤 해고를 당하는 등 비자발적으로 그만뒀을 때 평균 임금의 60%를 120∼270일 동안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완화됐던 실업급여 재취업 활동 인정 요건과 모니터링이 지난해 7월부터 강화됐다. 이에 따라 올해 적발 건수도 지난해(1364건)보다 크게 늘었다.
적발된 사람들은 처음부터 취업 생각 없이 일부러 자격요건이 맞지 않는 직무에 지원하거나 면접에 불참해서 불합격한 뒤 재취업 활동만 인정받으려 했다. 배모 씨(55)는 7월 간호조무사 직무에 지원했다는 서류를 고용센터에 제출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이 직무에 지원하려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필요한데 배 씨는 자격증도 없이 지원서만 낸 것이다. 손모 씨(40)는 4월 지원서를 낸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지만 일부러 가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 부정수급 막고 재취업률 끌어올릴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현 실업급여 제도가 실업자의 재취업을 돕는 취지와 달리 이들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실업급여는 저소득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80%(월 약 185만 원)를 하한액으로 준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재취업보다 실업급여 받는 것을 더 선호하도록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보험료를 내는 기간이 180일로 독일(12개월), 일본(12개월) 등 주요국보다 짧아 반복 수급자를 양산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5년 동안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는 매년 증가해 2021, 2022년 연속 10만 명을 넘었다. 실업급여를 24회에 걸쳐 타낸 사람도 있었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2013년 34.7%에서 지난해 28.0%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업급여가 재취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반대”라며 “재취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도 “실업급여 반복수급, 부정수급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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