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에 방문객 몰릴 텐데… 김해공항 국제선은 장거리 노선 ‘0’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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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만 등 단거리 노선에 편중
개항 임박한 가덕도신공항도
장거리 항공편 확충 한계 부딪혀
부산시 “자카르타행 신설 추진”

16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출국장에 해외로 가는 관광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6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출국장에 해외로 가는 관광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왜 김해국제공항에는 유럽행 항공편이 없을까요.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 중인 박모 씨(38)는 21일 “부산에서 장거리 국외 여행을 떠나려면 인천국제공항을 거쳐야 해서 불편하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김해공항을 통해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다.

부산·경남 주민들이 부산에서 약 4500km 떨어진 두 국가보다 먼 국가로 가려면 인천공항을 통해야 한다. 인천공항까지의 왕복 교통비 약 12만 원(KTX 기준)과 10시간 정도의 이동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 잦은 국외 출장에 나서는 기업인의 불편이 특히 크다.

이 때문에 김해국제공항의 장거리 국제선 운항 노선을 신설해 달라는 부산·경남권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해공항에 장거리 노선이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덕도신공항이 충분한 국제선 노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2029년 개항하고,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개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부산시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김해국제공항에서는 현재 11개국 37개 도시를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이 주 978편 운항 중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오카와 대만 타이베이 등 부산에서 2500km 이내의 단거리 노선이 60%에 달한다. 중동과 유럽 등을 오가는 5000km 이상의 장거리 노선은 1곳도 없다.

핀에어가 김해공항과 헬싱키를 오가는 장거리 노선을 2020년 5월부터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 연기됐다. 2022년 5월 취항 계획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한 보류됐다.

김해공항의 국제선 장거리 노선 확보는 2030 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상관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이 11월 2030 세계박람회의 개최 도시로 결정되면 가덕도신공항에 많은 장거리 노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외국인 방문객이 해당 국가에서 편리하게 박람회장을 찾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개항이 임박해지면서 장거리 노선을 신설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익성을 따지는 항공사가 여태 없었던 부산 노선의 취항을 망설일 가능성이 커서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은 “부산을 오가는 승객 수요가 많은 국가를 면밀하게 분석해 해당 국가의 공항과 김해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노선을 서둘러 취항해야 한다”며 “김해공항의 국제선 수요가 가덕도신공항의 수요로 이어진다. 김해공항에 장거리 노선이 충분하지 않으면 가덕도신공항은 개항 후 승객과 항공화물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창희 한국공항공사 김해공항장은 “부산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튀르키예나 아랍에미리트의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을 가장 먼저 취항해야 한다”며 “해당 노선의 수요가 많으면 여러 항공사가 세계 각국과 부산을 잇는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장거리 국제선 노선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국토교통부에 다른 국가와 정기적인 항공편 운항을 위해 벌이는 항공회담 때 ‘국가 간 운수권’이 아닌 ‘도시지정 운수권’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예로 들어 ‘한국과 튀르키예’가 아닌 ‘한국 부산과 튀르키예 이스탄불’ 노선이 취항되게 해달란 것. 시 관계자는 “2018년 8월 싱가포르 노선 신설도 도시지정 운수권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이 신설되게 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기편 장거리 노선이 많이 뜨게 하는 전략도 시행하고 있다. 부정기편을 취항하는 항공사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5000km 이상 떨어진 국가를 오가는 부정기편 4편 이상을 운항하는 항공사에 편도 15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정기편을 통한 승객 수요가 많은 노선은 항공회담을 통해 정기편 운항 노선으로 신설하기 쉽다”며 “싱가포르 노선도 3년 동안 40회 이상의 부정기편 운항을 통해 정기편 운항 노선으로 신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엑스포#김해공항 국제선#장거리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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