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세종대로와 여의대로 등 시내 주요 도로의 출퇴근 시간대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심야 집회시위는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집회시위의 난립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시민단체 등에선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출퇴근 시간대와 심야시간 집회 금지
정부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집회 및 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20일) 사전 언론 브리핑에서 “준법 집회는 보장하고 불법 집회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먼저 세종대로, 여의대로 등 주요 도로에서 열리는 출퇴근 시간대 집회를 금지할 방침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출근시간대는 오전 7∼10시, 퇴근시간대는 오후 5∼8시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에도 퇴근시간대인 오후 5∼8시에 교통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집회에는 금지 방침을 통고해 왔다. 하지만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법원에서 집회가 허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법 12조를 고쳐 출퇴근 시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이 개정되면 세종대로, 여의대로 등 서울 시내 주요 도로에서 열리는 집회시위에 금지를 통고할 명시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도로라고 해도 해당 시간대 집회시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건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각한 교통 불편이 우려되는 경우에만 금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집회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집회 후 야간문화제로 이어지는 1박 2일 ‘노숙집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집회시위법은 0시∼오전 6시 시가 행진 등을 포함한 시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야간문화제 등 집회는 헌법재판소의 2009년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조항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제한적으로 시간대를 정하는 건 문제가 없을 걸로 판단하고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 시민단체 “법원 결정 무시하는 것”
하지만 경찰의 이날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경찰이 밝힌 심야집회 금지 방침에 대해 “특정시간대를 정해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오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일 출퇴근 시간대 교통 불편 때문에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논리가 법원에서 안 먹히고 있는데도 이를 강행한다는 건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법원은 경찰의 출퇴근길 및 심야집회 금지 방침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18일에도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낸 심야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노숙집회를 허용했다. 법원은 올 7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때도 세종대로 등에서 오후 5시 이후 집회를 여러 차례 허용했다.
경찰의 이날 발표가 현실화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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