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아픔 공감 못하는 여가부 수장 후보[기자의 눈/김소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2일 03시 00분


김소영·정책사회부
김소영·정책사회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당일인 13일 “여가부는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부서다. 하지만 존속 기간 동안 아이 돌봄, 청소년 보호, 미혼모,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김 후보자의 발언은 여성과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되묻게 한다. 아무리 문 닫을 역할일지라도 정책 대상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조차 없이 조직을 이끌 수는 없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아이를 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버릴 수밖에 없는 슬픈 사연들이 있다’는 상대 진행자의 말에 “그런 사연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 이런 것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지금 모르겠다”고 했다.

위기 임산부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배 아파 낳은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양육 포기를 고민하는 상황까지 몰린 여성이 존재하고, 우리 사회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 정책을 펼치는 곳이 여가부다. 적어도 여가부 장관 후보자라면 벼랑 끝에 선 여성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덜어줄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김 후보자의 인식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15일 “자기 결정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에 감춰진 낙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신 중절에 대한 찬반 의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두고 ‘그럴듯한 미사여구’라고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다. 과거 또 다른 유튜브 방송에서 그는 다문화 아동을 ‘튀기’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서 다문화 비하 표현이 발견된다니, 들으면서도 믿기가 어려웠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폐지가 여가부 정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개편해 ‘발전적 해체’를 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정책 대상자에 대한 올바르고 따뜻한 인식과 전문성을 갖춘 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후보자로 지명된 인물을 보면 이번 정부가 여가부의 ‘발전적 해체’를 과연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심스럽다.

#미혼모 아픔#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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