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 첫 발의 됐던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10년간 표류 끝에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이르면 2025년 9월부터 담배에 들어간 각종 첨가물과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 성분까지 모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협약 가입을 비준한 지 20여 년 만에 선진국처럼 국내 담배 규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WHO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은 4000종이 넘는다. 그중 발암물질은 최소 70종이지만, 현행법(담배사업법)상 담배회사가 공개해야 하는 성분은 8종뿐이다.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화장품보다 규제가 헐겁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담배회사는 자비로 지정 기관에 검사를 맡겨 담배 연기에서 어떤 유해 성분이 검출됐는지 결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검사 대상 성분의 종류는 정부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벤젠 등 발암물질은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를 만들 때 어떤 재료를 첨가했는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유해 성분의 공개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담뱃갑에는 일부 주요 성분을 표기하고 나머지는 식약처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담배회사가 검사나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판매를 금지한다. 국내에서 담배 유해 성분 공개 관련법이 처음 발의된 건 2013년 12월이었다. 그간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유해 성분 관리 주체를 두고 이견을 보이다가 최근 복지부와 식약처 소관으로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합성 니코틴’ 규제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으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돼 있다. 일반 담배와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만 담배로 분류된다. 액상형 전자담배 같은 경우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했거나 화학적으로 제조한 니코틴으로 만든 탓에 ‘담배 유사 제품’으로 본다. 담배와 달리 온라인 판매 금지나 광고 및 판촉 제한, 담뱃갑 경고 그림 등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담배’로 보고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정부 내 조율 과정에서 현행 정의를 유지하는 걸로 후퇴했다. 정부는 해외처럼 합성 니코틴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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