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가 당뇨병과 통증의 연관성을 알고 있음에도, 초기 증상 발현 후 최종 진단까지 1년이나 걸렸다.
22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비아트리스 코리아에 따르면, 9월 ‘통증 인식의 달’을 맞아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말레이시아, 멕시코 총 5개국의 신경병증성 통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 9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의 손상 또는 비정상적인 신경기능으로 인해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 병적 통증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DPN)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다.
국내 당뇨병 환자 중 33.5%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PN)을 겪고 있고, DPN 환자 중 43.1%는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pDPN) 환자다. 당뇨 환자 4명 중 1명은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경험한다.
설문조사 결과, 진단 받기 전 당뇨병과 통증 간 연관성을 알고 있다고 답한 국내 응답자는 86%로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실제 초기 증상이 발현됐을 때는 당뇨병으로 인한 통증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기존에 있었던 다른 증상(67%) 또는 노화로 인한 것(45%)으로 생각했다. 질환에 대한 지식과 실제 경험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신경병증성 통증을 진단받기까지의 시간도 국내 환자가 길었다. 글로벌 응답자 대다수는 첫 징후 또는 증상이 나타난 후 4개월 이내 첫 진료를 받았다. 한국은 6개월로 2개월 늦었다.
초기 증상 발현 후 최종 진단까지 국내 환자는 12개월 소요됐다. 5개국 평균 환자는 6개월 내 최종 진단을 받았다.
최종 진단받기 전 다른 질환으로 진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국내 환자 비중도 61%로, 5개국 평균치(43%)보다 높았다.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환자 감정 상태와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환자의 절반이 해당 질환으로 삶의 질이 ‘매우 또는 완전히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 환자는 이보다 더 높은 73%가 질환으로 삶에 ‘매우 또는 완전히 영향 받았다’고 했다. 5명 중 3명은 직장에서 장기 휴가와 활동 등을 조정해야 했다.
이런 고통에도 국내 환자는 남에게 얘기하지 못했다. 한국 환자 100명 중 5명(5%)만이 본인의 상태를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스페인 23%·이탈리아 26%·멕시코 35%·말레이시아 13%). ▲차별에 대한 두려움(37%) ▲질환을 이해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37%) ▲직장생활에서 불이익(36%) 등을 걱정해 국내 환자들은 얘기하지 못했다.
전문의약품으로 치료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개국 평균적으로 5명 중 3명, 국내 환자는 54%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물리치료(37%), 국소치료제(36%), 건강기능식품(34%) 등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종화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만성 통증, 발 궤양, 발 감염을 포함해 심한 경우 절단술까지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기적절한 진단은 돌이킬 수 없는 신경 손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환자들이 증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설명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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