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0화입니다.
“대장동·위례 사건부터 오늘 이 사건까지, 이재명 의원의 공범이나 관련자로 구속된 사람이 총 21명이나 되고,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이고, 이재명 의원이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중략)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범죄들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인 이재명 의원만 빼고 실무자급만 구속되어 있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재명 의원의 변명은 매번 자기는 몰랐고, 이 사람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는 증거들도 말씀드린 바대로 많지만, 상식적으로도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회의장.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검사 사칭’ 위증교사 의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연단에 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시작으로 위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무수한 관련자들이 이미 재판에 넘겨졌는데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대표만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과 반발 속에 준비한 설명문을 모두 읽지 못하고 연단을 내려왔지만 이후 진행된 무기명 투표에서는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습니다.
● 이재명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구속 기로에 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심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가 맡게 됐습니다. 다만 이 대표 측이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일정 변경을 요청할 경우 재판부가 검찰과 조율해 영장 심사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영장전담재판 경력이 있는 판사들과 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물어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척도들을 추려봤습니다.
우선 형사소송법 제198조 1항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해 불구속수사의 대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실무적으로 따지기 위해 판사들이 이용하는 재판사무시스템상의 ‘미체포 피의자용 구속영장’ 양식을 보겠습니다. 이 양식에는 영장심사를 담당하는 판사가 △피의자는 일정한 주거가 없다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피의자는 도망하였다. 도망할 염려가 있다 △피의자는 소년으로서 구속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 중 해당 사항을 표기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기준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보면 우선 제1 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도망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소년은 당연히 아니고, 주거지도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남는 건 ‘증거 인멸의 염려’입니다. 한 장관이 체포 동의를 요청하며 강조한 부분도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얼마나 잘 소명하느냐가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큰 척도인 셈입니다. 대신 이때의 소명은 ‘불구속 수사’의 대원칙을 깨트릴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영장심사 경험이 많은 판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물론 영장 심사 경험이 있는 판사들은 “사안의 중대성 자체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와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 ‘李 거짓말, 허위 진술 압박’ 구속 사유 될까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어떤 주장을 들고나올까요? 한 장관의 연설 내용을 토대로 예상해보면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선을 위해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 허가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허위 사실관계를 주장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용도 변경 등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회유 또는 압박한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대표가 백현동 브로커 김인섭에 대해 언론에 ‘2010년 이후 관계가 단절됐다’고 허위 주장을 하는 점 △이 대표가 2018년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재판 증인에게 “꼭 좀 부탁드린다”며 위증 교사한 통화 녹취록 등이 있는 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일부 변호인들을 통해 이 부지사가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 등도 ‘증거인멸’ 우려로 적극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으면 혐의와 관련된 관계자들에게 말맞추기나 허위 진술을 압박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각각 A4용지 400여 쪽, 800여 쪽 분량의 구속 수사에 대한 의견서를 각각 법원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정치 검찰의 수사”라며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 檢, 김용에 징역 12년 구형
한편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진행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자들의 재판 중 처음으로 심리가 종결돼 구형이 이뤄진 첫 사례입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벌금 3억8000만 원과 7억9000만 원 추징을 명령해줄 것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오랜 기간 유착됐던 민간업자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하고 6억 원을 현금으로 받아 당내 경선에 사용한 김 전 부원장의 범행은 검사에게도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은돈으로 선거를 치러서라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자기최면의 말로”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최후진술에 나선 김 전 부원장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돈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검찰이 짜 맞춘 공소사실을 바로 잡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11월 30일로 잡혔습니다.
한편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들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달 15일 예정됐던 대장동 및 위례 개발사업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첫 공판이 다음 달 6일로 미뤄졌고, 22일 예정돼 있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역시 다음 달 13일로 기일이 변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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